④법원이 인정한 ‘기부행위’ 예외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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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다. 코트워치는 선거에 앞서 2020년부터 2026년 사이 선거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당선자 268명의 판결을 수집해 분석했다. 유·무죄 판단과 양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현행 공직선거법과 법원 판결에 어떤 한계가 있는지 살펴본다.


선거 후보자나 당선인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기부행위가 금지된다. 기부행위란 상대방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품 제공 대상은 개인이나 기관·단체·시설, 또는 특정 행사 참석자와 같이 불특정 다수도 해당할 수 있다. 금품 제공 행위와 선거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아도 처벌이 가능하다.1

다만 공직선거법은 기부행위의 예외가 되는 몇 가지 사유를 법에 명시한다. ▲통상적인 정당 활동 관련 행위 ▲의례적 행위 ▲구호적·자선적 행위 ▲직무상 행위 ▲법령에 근거한 금품 제공 행위 등이다.

코트워치가 분석한 금품 관련 선거범죄 사건 125건 중 37건에서도 ‘기부행위의 예외 사유’를 핵심 쟁점으로 다뤘다.2 이 중 12건은 예외 사유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하거나 일부 양형에 반영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예외를 인정했을까. 관련 사례를 통해 법원 판단 기준을 살펴봤다.

‘직무상 행위’ 인정되려면 법적 근거 있어야

공직선거법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직무상 행위’란 국가기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계획에 따라 예산으로 집행하는 금품 제공 행위 등을 의미한다. 법원은 직무상 행위 여부를 판단할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이러한 예외 사유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은 1건이었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2022년 4월, 취임 2주년 행사를 열어 시청 및 직속기관 직원 1398명에게 떡, 커피, 중식 등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김 시장 측은 직원 격려 취지에서 마련한 행사로 ‘직무상 행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김 시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1)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되기 전까지 공무원들이 야간·비상근무 등을 수행해 온 상황에서 위 행사를 연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2)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업무추진비 규칙)’은 ‘소속 상근직원에게 업무추진에 대한 격려를 위한 식사 제공’이 가능하다고 명시한다. 행사 계획서에는 ‘직원 격려’라는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3) 음식을 제공한 취지가 ‘부서 방문 격려’라는 통상적인 직무 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4) 1인당 제공된 물품 금액이 약 3793원으로 소액이다.

5) 업무추진비 규정에 따른 기안·결재·지출 등 적법한 예산 집행 절차를 거쳤다.

법원은 금품 제공 행위가 ‘직무상 행위’로 인정되려면 법령의 규정에 근거한 지출이어야 하고, 예산 사용 계획과 집행에 관한 자료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봤다. 제공된 물품 금액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정한 기준3을 근거로 판단했다.

‘직무상 행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건도 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경우다.

원 전 지사는 2020년 1월 청년 취업·창업을 지원하는 제주더큰내일센터 소속 직원, 교육생 등 107명에게 피자와 콜라를 제공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원 전 지사 측은 센터에 음식을 제공한 행위가 ‘업무추진비 규칙’, ‘제주더큰내일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근거한 직무 집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원 전 지사가 재직 당시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선거구민이 운영하는 업체의 죽 세트를 홍보 및 판매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출처: JIBS 제주방송)

그러나 법원은 ‘직무상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해당 조례에 ‘도지사가 센터 직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요건과 절차가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 ‘업무추진비 규칙’에서 허용하는 식사 제공 기준4을 충족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자체 차원에서 계획하여 집행한 공식 직무 행위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결정해 실행한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통상적 범위 내로 제한되는 ‘의례적 행위’

이강구 인천시의원은 ‘의례적 행위’라는 예외 사유가 인정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 시의원은 2024년 총선 당시 연수구을 국민의힘 경선 후보였던 김진용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의 출판기념회 참석자에게 더치커피 500개 등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 시의원은 ‘의례적 행위’임을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에서 의례적 행위는 관혼상제와 같은 의례나 기념행사 등이 있을 때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거나, 평소 다니던 교회나 성당에 헌금하는 행위, 정부 주관 기념일의 기념식에 화환을 보내는 행위 등이다.

‘의정활동보고회·정책토론회·출판기념회 등 각종 행사에서 차·음료를 제공하는 행위’도 의례적 행위에 포함된다. 선관위 규칙이 정하는 금액 범위 내에서, 현장에서 소비되는 용도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며 기념품·선물 제공은 제외한다.

재판에서 더치커피 가격과 지급 방식이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커피를 공급한 카페에서 판매 중인 더치커피 판매가 9800원으로 가액을 산정했다. 따라서 선관위가 정한 음료 가격 기준인 1000원을 크게 초과한다고 봤다. 또 출판기념회 현장에서 마시는 용도가 아닌 기념품·선물 명목으로 더치커피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출판기념회에 별도의 차와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을 짚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의례적 행위’임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5 먼저 ‘시중에 판매되는 더치커피와 같은 제품이라는 점’이 검찰 증거만으로는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 시의원 측은 1심 때부터 ‘원액을 희석한 것이기 때문에 가격을 990원 정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커피를 제공한 방식도 ‘통상적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커피를 외부로 가져가도록 유도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시의원은 김진용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출판기념회에 테너 공연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 판결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출처: 인천광역시의회)

종교활동 중 이루어진 금품 제공이 ‘의례적 행위’로 인정돼 일부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도 있다.

홍복순 대구 군위군의원은 2021년 5월,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사찰 6곳에 음료수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법원은 6곳 중 2곳은 홍 군의원이 신도로 다니던 사찰에 해당해 ‘종교인이 평소 자신이 다니는 사찰 등에 헌금하는 행위’로 법이 금지하는 기부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아래와 같이 무죄 이유를 밝혔다.

양형에 반영된 관례적·의례적 행위

유·무죄 판단에서는 예외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관례적·의례적 행위’임이 일부 인정돼 형량이 감경된 사례도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기부행위 금지·제한 위반 감경요소 중 하나로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2항 이외의 관례적·의례적 행위’를 둔다. 공직선거법상 ‘예외 사유’에 포함되지 않지만, 금품 제공의 관례적·의례적 성격이 인정돼 감경하는 경우다. 특히 기초단체장이 지역에서 이어져 온 관례를 따르다가 법을 위반한 경우 대체로 위 감경요소를 적용했다.

최명서 영월군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 군수는 2023년 9월, 김삿갓문화제 개막식 행사장에서 ‘영월군수 최명서’가 기재된 상패와 시상금 200만 원을 제공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최 군수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아래와 같은 내용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2023년 9월, 제26회 김삿갓문화제에 참석한 최명서 영월군수. (출처: 영월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인지 여부도 유·무죄 판단 기준 중 하나로 작용했다.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는 정당행위 규정을 둔다. 대법원은 선거범죄 사건에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란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형태의 하나로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것”6이라고 본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사회상규라는 개념이 매우 추상적이고 불확정적이라 ‘그 의미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요건을 찾을 수 없으며,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7 어떤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코트워치가 분석한 금품 관련 선거범죄 사건 중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가 인정돼 판결에 영향을 준 경우는 없다. 당선인 23명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임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판결은 드물었다.8

(표) ‘예외 사유’가 인정돼 무죄를 선고받은 당선자들

홍복순 군위군의원에는 감경요소로 ‘제공된 금품이나 이익이 극히 경미한 경우’가 적용됐다.

관련 선거 이름 직위 확정 판결 양형 판단 기부행위 내용(금액) ‘예외 사유’ 판단
2022년 지선 김보라 안성시장 무죄 – – 취임 2주년 행사에서 시청 및 관련 기관 직원 1398명에게 커피, 떡, 중식 등 음식 제공(530만 원) – 직무상 행위로서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사업계획과 예산으로 행하는 법령에 의한 금품제공행위’에 해당
2024년 총선 이강구 인천시의원 무죄 – –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출판기념회 참석자에게 더치커피 500개 제공(시가 미상)
– 위 출판기념회에 테너 공연 무상 제공
– 의례적 행위로서 ‘의정활동보고회, 정책토론회, 출판기념회, 그 밖의 각종 행사에 참석한 사람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차·커피 등 음료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
2022년 지선 홍복순 대구 군위군의원 벌금 90만 원 (일부 무죄) 감경요소 적용 – 선거구 내 사찰 6곳에 사과 음료수 제공(15만 7천 원) – 의례적 행위로서 ‘종교인이 평소 자신이 다니는 교회·성당·사찰 등에 통상의 예에 따라 헌금하는 행위’에 해당

(표) ‘관례적·의례적 행위’가 적용돼 감경받은 당선자들

아래 당선인들에게는 모두 감경요소로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2항 이외의 관례적·의례적 행위’가 적용됐다. 강수현 양주시장, 김화숙 영주시의원, 류경기 중랑구청장에게는 가중요소로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선거관계인의 범행’이 적용됐다. 강수현 시장은 2022년 공무원들에게 밥을 사 준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해당 사건에서도 관례적·의례적 성격이 일부 인정돼 감경받았다.

관련 선거 이름 직위 확정 판결 양형 판단 기부행위 내용(금액) 양형이유
2026년 지선 조미옥 경기 수원시의원 벌금 90만 원 감경요소 적용 – 지역 향우회 회원 8명에게 식사 및 커피 제공(30만 원) – “모임 성격, 모임 개최 방법 등을 고려할 때, 적법한 업무추진비 집행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봉사활동 장려 목적도 혼재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부주의하게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지선 문경복 인천 옹진군수 벌금 90만 원 감경요소 적용 – 선거구 내 교회 4곳에 헌금 명목으로 현금 봉투 제공(51만 원) – “기부금액 비중이 가장 높은 OO교회의 경우 피고인이 선거와 무관한 기간에도 적지 않은 빈도로 다닌 교회에 해당”
2022년 지선 이용철 강원 원주시의원 벌금 90만 원 감경요소 적용 – 지역 체육회 노래자랑 경품으로 3회에 걸쳐 금품 기부(200만 원) – “지역행사를 위해 정례적으로 이루어지던 협찬 내지 찬조금 모집에 도움을 주려던 과정에서 다소 과도하게 개입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2026년 지선 강수현 경기 양주시장 벌금 80만 원 감경요소, 가중요소 적용 – 출장이 예정된 공무원 8명에게 현금 제공(800달러)
– 출장이 예정된 공무원 4명에게 현금 제공(30만 원)
– “전임 시장이 국외출장 공무원 등에게 장도금을 지급한 전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주의하게 그러한 전례를 따르다가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
2026년 지선 김화숙 경북 영주시의원 벌금 80만 원 감경요소, 가중요소 적용 – 본인 수상 소식 등 홍보성 기사 작성한 기자 6명에게 식사 및 주류 제공(45만 원) – “언론관계자 간담회 명목의 식사 제공이 다소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부분이 없지 않고”
2026년 지선 최명서 강원 영월군수 벌금 70만 원 감경요소 적용 – 김삿갓문화제 개막식 행사장에서 본인 이름이 기재된 상패와 시상금 제공(200만 원) – “김삿갓문화제는 1998년경부터 영월군이 주관해 왔던 행사인데 (…) 피고인은 관행처럼 이어져 오던 시상행위를 하였다가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등”
2022년 지선 류경기 서울 중랑구청장 벌금 70만 원 감경요소, 가중요소 적용 – 선거구민 9명과의 식사 자리에서 사과 1상자, 수박 1통 제공(4만 4천 원) – 감경요소 적용 이유 미기재
2022년 지선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벌금 70만 원 감경요소 적용 – 정당 정책자문위원 1명에게 식사 및 주류 제공(4만 원) – 감경요소 적용 이유 미기재

*위 표에서 ‘관련 선거’가 ‘2026년 지선’으로 표기된 것은 2022년 지방선거 당선인들이 당선 이후의 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경우를 의미한다.

취재:
김주형 기자 jhy@c-watch.org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

카피 에디팅: 조연우

  1. 또 다른 금품 관련 선거범죄인 ‘매수 및 이해유도죄’의 경우에는 선거 연관성 및 대가 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
  2. ‘예외 사유’를 쟁점으로 다룬 37건 중 3건은 기부행위 금지 규정 위반이 아닌 매수 및 이해유도죄 사건이다. 매수 및 이해유도죄의 경우에도 직무상 행위, 의례적 행위 등 기부행위의 예외 사유가 적용될 수 있다. ↩︎
  3. ‘공직선거관리규칙’ 제50조 제6항은 통상적인 범위에서 1명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음식물 또는 음료의 금액 범위를 식사류는 1만 원 이하, 다과류는 3000원 이하, 음료는 1000원 이하로 정했다. ↩︎
  4. ‘업무추진비 규칙’ 별표 제4호에는 ‘사업추진 관계자에게 식사 제공’, ‘직무와 직접 관련된 행사 관계자에게 식사 제공’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
  5. 1심에서 벌금 100만 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 시의원은 항소심에서 판단이 뒤집히면서 직을 유지하게 됐다. ↩︎
  6.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21도12454 판결. ↩︎
  7. 박철·최유나, 「공직선거법상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의 개념과 적용」, 『선거연구』 제2호, 2011, 356쪽 ↩︎
  8.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의 판단 근거를 자세히 밝힌 경우 법원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판결에 명시했다. ‘금품 제공의 대상이 피고인에 대한 평가(선거에서의 지지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인지’, ‘유사한 금품 제공 관행이 역사적·반복적으로 생성되어온 것인지’, ‘금품의 금액이 정상적인 생활 형태에서 의례적으로 주고받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지’ 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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