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찰의 업무는 크게 생활안전, 수사, 형사강력, 교통, 경비, 정보보안외사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정보 업무 담당 경찰관을 흔히 정보경찰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공공안녕과 관련한 위험 예방과 대응을 위해 정보를 모아 보고·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2022년 10월에도 경찰은 정보활동을 했다.
당시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2023년 10월 각각 치안정보국, 치안정보부, 치안정보과로 개칭)는 ‘관할 지역의 위험 요인을 파악한다’는 정보활동의 목적과는 달리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를 예방하지도, 현장 신고에 신속하게 대응해 피해를 줄이지도 못했다. 이러한 경찰의 ‘실패’에 정보경찰의 책임은 없을까. 애초에 정보활동이 미흡했던 건지, 정보를 전달받은 지휘부나 다른 부서의 조치가 미흡했던 건지, 둘 다 문제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다. 정보경찰이 책임소재 규명을 방해했다는 사실이다.
코트워치의 새 시리즈 ‘참사와 정보라인’은 이태원 참사 직후 정보경찰이 진상 규명을 어떻게 방해했는지 밝히는 이야기다.

두 번째 재판
박성민 당시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정보부) 부장은 두 차례 기소돼 현재 각기 다른 두 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2022년 핼러윈 관련 용산경찰서 정보보고서 4건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그해 12월 재판에 넘겨졌고, 서울경찰청 정보보고서 1건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2024년 1월 또 재판에 넘겨졌다. 두 건의 재판 중 두 번째 재판은 지난 4월 심리가 마무리됐고, 내일(7월 9일) 1심 선고가 나온다.
박성민 전 정보부장은 참사 직후 “규정에 따라 문서관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규정을 따르라’는 일반적인 지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박 부장 지시 이후 서울경찰청 정보관들이 여러 파일을 삭제했는데, 그중에는 ‘핼러윈 축제’가 언급된 보고서도 있었다. 이는 2022년 경찰 조직의 핼러윈 대비가 충분했는지, 책임자에게 형사나 징계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였다. 검찰은 증거 인멸과 전자기록 손상을 교사한 혐의로 박성민을 재판에 넘겼다.
박성민은 법정에서 몇 차례 “반성한다”라고 말했지만, 범죄 혐의는 부인했다.
“너무 좁게 생각해서, 정당한 업무 수행을 한다 생각해서 업무를 한 것인데, 그게 국민 감정이나 책임소재 규명, 진상 규명에 어긋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한 것이 저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2025. 4. 23. ‘서울경찰청 삭제 지시’ 12차 공판 피고인 신문)
그의 변호인은 “언행에 오해 소지가 있었다”면서도 “정상적인 업무였다”라고 주장했다. “참사가 발생했지만, 경찰이 ‘올스톱’하고 이 사건 조사가 끝날 때까지 업무를 보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변론했다.

첫 번째 재판
용산경찰서 정보보고서 4건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2022년 말 기소돼 시작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의 첫 번째 재판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중이다.
참사 직후 박성민 전 정보부장은 김진호 당시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 과장에게 “규정에 따라 문서관리하라”고 지시했다. 김진호는 박성민의 지시를 받고 용산경찰서 정보관들에게 파일 삭제를 지시했다. ‘핼러윈 축제’ 관련 정보보고서도 포함됐다.
박성민은 이 첫 번째 재판에서도 “반성한다”고 했지만, 혐의는 부인했다.
공판검사: 10월 30일(참사 다음 날), 사고 수습이나 회복보다는 책임 추궁에 대한 대비에 더 마음이 쏠려 있는 것 같은데요.
박성민 전 정보부장: 그 부분은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슬픔을 생각하지 못하고 조직, 부서의 좁은 소견으로 봤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습니다.
(2023. 10. 23. ‘용산경찰서 삭제 지시’ 5차 공판 증인 신문)
2024년 2월, 1심 재판부는 박성민에게 실형(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진호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심 판결은 참사 이후 경찰에게 부여된 ‘책임’을 지적했다.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파악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는 데 사회적 요청이 집중되었고, 이를 위하여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경찰 조직에 대하여도 수사와 감찰이 개시되었다.”
“따라서 경찰 조직의 일원인 피고인들로서는 기존의 자료를 보존하거나 적극적으로 공개·제출하는 등 방법으로 이와 같은 수사와 감찰에 성실히 협조하여야 할 책임이 있었다.”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 2023고합74)
정보경찰이 보인 모습은 책임을 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코트워치는 용산경찰서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관련 재판, 서울경찰청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관련 재판 등 모두 2건의 재판 내용을 바탕으로, 정보경찰이 책임을 어떻게 회피했는지 보도한다.
(이후 기사에서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은 경찰청 정보국으로,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는 서울경찰청 정보부로,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는 용산경찰서 정보과로 표기한다.)
(표) ‘이태원 참사’ 정보경찰 재판 현황
(2025년 7월 9일 업데이트)
| 기소 시점 | 이름 | 당시 직책 | 혐의 | 1심 판결 |
|---|---|---|---|---|
| 2022년 12월 (2023년 2월*) |
박성민 |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증거인멸교사 |
징역 1년 6개월 |
| 김진호 |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장 |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증거인멸교사 |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
|
| 곽OO |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 경위 |
공용전자기록등손상 증거인멸 |
선고유예(확정) | |
| 2024년 1월 | 박성민 |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증거인멸교사 |
징역 6개월 |
* 박성민, 김진호는 2022년 12월 구속기소됐고, 2023년 2월 추가기소됐다.
취재:
김주형 기자 jhy@c-watch.org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
카피 에디팅: 조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