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첫 판결

1. 2024년 5월 31일 청주지방법원 223호 대법정

“2023년 7월 15일 발생한 미호강 범람은 피고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지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 아닙니다.” (2024. 5. 31. 전OO 현장소장에 대한 선고)

오후 2시에 시작한 선고가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대법정은 평소 재판이 열리던 법정보다 세 배는 커 보였지만, 방청석에 빈자리는 없었다.

높은 법대에 홀로 앉은 재판장은 시작부터 결연했다. 피고인 두 사람이 법정에 들어오기 전, 재판장은 “그동안 생각도 좀 많았고, 제 부족함으로 인해 모든 진실을 밝히지는 못했겠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한 첫걸음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는 2024년 5월 31일 전OO 현장소장과 최OO 감리단장에 대한 선고를 진행했다.

재판장은 판결문을 읽는 도중 틈틈이 설명을 덧붙였다.

판결문을 읽을 때는 보통의 판사 같았고, 피고인 두 사람의 잘못을 지적할 때는 기자 같았다. ‘그래서 피고인들에게 어떤 형을 선고할 것인가’를 설명할 땐 강사 같기도 했다.

“다음으로 형을 구하는 데 고려한 사항을 말씀드려야 하는데, 유죄 판단이 이뤄지면 법관은 다음 절차로 어떤 법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합니다. (중략) 화면을 한번 봐주시면…”

재판장은 대법정의 커다란 모니터에 여러 법 조항을 띄웠다. 왜 이 정도 형량을 정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방청객에게 직접 설명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① 업무상과실치사의 법정형: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② 증거위조교사의 법정형: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

③ 형법 경합범 규정: “죄를 10개 저지르든 20개 저지르든 가장 중한 것과 관련된 형의 ½ 밖에 가중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5년 이하의 징역’이라고 하더라도 ½을 더하면 7년 6개월밖에 안 됩니다.”

④ 형법 상상적경합 규정: “사람이 아무리 많이 죽어도 (사망에 이르게 한)행위가 하나일 때는 마치 한 명이 사망한 것처럼 하나의 업무상과실치사죄로밖에 처벌하지 못합니다.”

재판장의 결론은 ‘징역 7년 6개월’.

“저는 피고인의 죄책에 상응하는 형은 최소한 징역 15년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법관은 법이 정한 형과 규정 등을 따라 7년 6개월을 초과하는 형을 정할 수 없습니다. (중략) 피고인의 행태에 분노하고, 엄청난 비극을 마주하며 슬픔과 안타까움을 함께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현실 앞에 저는 한없는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피고인 두 사람에게 “일어나세요”라고 말했다.

“법관이 선고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한다. 피고인 전OO을 징역 7년 6개월에 처한다. 피고인 최OO을 징역 6년에 처한다.”


2. 2023년 7월 15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2023년 7월 15일 오전 8시 51분경,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폭우로 불어난 미호강 강물이 넘쳐 궁평2지하차도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강물이 넘쳤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하차도에 진입한 747번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다.

2023년 7월 15일 미호강 범람으로 물에 완전히 잠긴 궁평2지하차도 입구 모습. (출처: 연합뉴스)

2024년 7월 궁평2지하차도 입구. 지하차도 위쪽으로는 확장 공사가 끝난 미호강교의 모습이 보인다. 충청북도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유가족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 6월 30일로 예정됐던 궁평2지하차도의 통행 재개를 무기한 연기했다.

참사가 발생한 첫 번째 원인으로 ‘부실 제방’이 지목됐다.

사고가 발생하고 13일 뒤인 7월 28일 국무조정실은 “부실한 임시 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선행 요인”이라고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검찰 수사를 거쳐, 미호강교 확장 공사 현장의 전OO 현장소장과 최OO 감리단장이 구속 상태로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공사 과정에서 기존 제방을 일부 허물고 임시 제방을 부실하게 쌓은 혐의, 사고 이후 임시 제방 도면 등을 허위로 만들었다는 혐의 등을 받았다.

제방과 관련해 문제가 된 미호강교 확장 공사는 2018년 시작됐다.

2018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국도 36호선 도로 일부와 미호강교(당시 미호천교) 등 총 1.2km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는 ‘오송~청주 2구간 도로확장공사’에 착수했다. 미호강교는 차로 확장뿐만 아니라, 다리를 높이고 전체 길이도 늘리기로 했다.

감리사 OO 소속인 최OO 감리단장은 2018년 2월부터, 시공사 금호건설 소속인 전OO 현장소장은 2020년 7월부터 공사에 참여했다. 최OO 감리단장은 공사를 발주한 행복청을 대신해 공사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역할, 전OO 현장소장은 시공 등을 총괄하며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했다.


3. 2024년 4월 24일 청주지방법원 423호 법정

지난 4월 24일, 선고 이전에 열린 마지막 공판에서 검사는 전OO 현장소장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검사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명백한 인재’로 규정했다.

“금호건설은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제방을 훼손해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장마에 이르러서는 (기준에)맞지 않는 방법으로 부실하게 임시 제방을 축조했습니다. 임시 제방이 많은 비에 무너져 강물이 유입돼 지하차도를 지나던 무고한 시민 1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상해를 입었는 바, 이는 명백한 인재입니다.”

검사가 의견을 밝힌 뒤, 전OO 현장소장의 변호인도 최종 변론을 시작했다.

변호인은 2023년 폭우로 인해 발생한 홍수가 “극히 이례적인 홍수였다”고 강조했다. “폭우로 미호강의 수위가 이렇게 상승할 것을 예상할 수 없었다”고 했다.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이 사건 사고는 다수의 업무상 과실과 이례적인 기후가 결합해 발생했습니다. 대피 조치와 통제가 적절히 이뤄졌다면 다수의 인명이 희생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희(전OO 현장소장 등 시공사 측)의 책임은 감리단이나 발주청보다 낮다고 생각합니다. 제방을 일부 미흡하게 축조했던 부분은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고와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검사는 최OO 감리단장에게는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금호건설이 무단으로 제방을 훼손한 채 공사를 진행하고, 부실한 임시 제방을 축조했음을 알았음에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마지막 발언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최OO 감리단장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죄드립니다”라며 울먹였다.

“사고 당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방의)전체적으로 낮아진 부분을 더 높게 하면서 경찰 등에 연락해 ‘오송읍이 침수될 것이니 주민 대피와 도로 통제를 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럼에도 너무나 안타깝게도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죄책감과 책임감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지금도 구차한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2023년 8월 수사 관계자들이 미호강교 아래 임시 제방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전OO 현장소장과 최OO 감리단장의 첫 번째 공판은 2024년 1월 17일 열렸다. 이후 10번의 공판을 거쳐 5월 31일 선고가 이뤄졌다. <코트워치>는 넉 달 동안 법정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토대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첫 번째 판결’의 의미와 판결에 이른 과정을 보도한다.



전OO 현장소장과 최OO 감리단장은 지난 2월 말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등으로 추가 기소돼 다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이들 두 사람 외 시공사·감리사 법인 2곳과 직원 4명, 공사를 발주한 행복청 및 하천 관리를 담당한 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8명 등 14명(법인 포함)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검찰은 침수 사고에 제대로 대비 및 대응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경찰관 14명(충북경찰청·흥덕경찰서·오송파출소 소속)과 충청북도·청주시 공무원 10명, 사고 대응을 허위로 보고한 혐의로 소방관 2명(서부소방서 소속)도 재판에 넘겼다.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전 행복청장 등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