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경 경기도 화성시 전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23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18명이 외국 국적자였다. 1명은 라오스, 나머지는 모두 중국 국적자였다. 23명 중 17명은 여성이었다.
화재가 난 곳은 ‘아리셀’이라는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였다. 공장 3동 2층에 쌓아둔 전지에서 연쇄 폭발이 발생했다. 인력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된 노동자 다수가 2층 작업장에서 대피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전지는 왜 폭발했을까. 23명의 노동자는 왜 대피하지 못했을까.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몇 달간 조사와 수사를 진행했다.
아리셀 화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경영진이 방치한 위험한 작업 환경, 그리고 파견·이주 노동자에게 차별적인 노동 구조가 만들어낸 ‘참사’였음이 드러났다. 전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여러 안전 문제가 쌓였고, 몇 차례 위험 징후가 드러났다. 그러나 아리셀은 이를 해결하지 않았다. 리튬 전지의 위험성과 화재 시 대피 방법을 교육받지 못한 노동자 다수가 희생됐다.
1. 시료 바꿔치기
2024년 1월, 아리셀은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과 군용 전지 납품 계약을 맺었다. 국방기술품질원에서 품질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아리셀 경영진은 검사 시료를 ‘바꿔치기’하는 등 데이터를 조작했다. 공장을 방문한 담당자가 이를 적발해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아리셀은 재차 실시된 품질검사에서도 ‘국방규격 불일치’ 판정을 받았고, 납품할 전지를 전량 재생산해야 했다. 4월 말 납품 예정이던 전지를 납품하지 못하면서 배상금의 일종인 지체상금1이 부과됐다.
2. 발열 전지
5월, 아리셀은 국방부에 납품할 전지 생산을 재개했다. 전지 품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밀린 납품량을 맞추기 위해 일일 생산량을 늘렸다. 인력업체로부터 공급받던 일용직 노동자 수가 일평균 30명 수준에서 최대 63명까지 늘었다. 공장을 오가는 출퇴근 버스가 두 배 늘었고, 이전보다 넓은 공간에서 아침 조회를 했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체계적으로 일을 배울 시간이 없었고, 사람이 부족한 공정에 그때그때 투입됐다. 작업자를 지휘·감독하는 생산관리팀장 A는 공장을 돌아다니며 “완성품 전지 수를 늘려야 한다”, “빠르게 작업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5월 중순경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 전지가 다수 발생했다. 리튬전지는 전지 내부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외부 충격을 받으면 발열이나 단락2이 발생할 수 있다. 공장 연구소 관계자는 경영진에게 ‘발열 원인이 전해액 내 불순물로 추정되며 해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아리셀은 전지 발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생산을 지속했다.3
3. 발열 전지 선별 중단
6월 4일, A는 작업자들에게 발열 전지 선별 작업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6월 말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생산량을 더 늘려야 한다는 박중언 총괄본부장의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4 몇 주간 발열 전지로 분리해 보관하던 전지 약 2496개5를 전지 생산 공정에 포함시켰다. 발열 전지와 정상 전지가 분리되지 않은 채 함께 보관됐다.
4. 전지 폭발 사고
6월 22일, 공장 2동 1층에서 발열 전지 한 개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리셀은 폭발 사고를 자체 수습하고, 소방서에 신고하지 않았다. 폭발이 발생한 작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자리를 옮겨 생산 작업을 이어갔다.
이틀 뒤인 24일 월요일에도 폭발 사고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 및 추가 조치 없이 공장을 가동했다. 22일 폭발한 전지와 함께 생산된 전지들이 공장 3동 2층으로 옮겨졌다.6 1시간 뒤 작업장에 적치된 전지가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2024년 9월,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구속됐다. 두 사람을 포함해 아리셀 안전관리 담당자 등 8명과 법인 4곳이 재판에 넘겨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업무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아래 표 참고)가 적용됐다.
코트워치는 지난 8개월간 진행된 아리셀 참사 재판을 취재했다. 재판을 통해 새롭게 드러난 사실, 사고의 반복을 막기 위해 필요한 변화 등을 취재해 연속 보도할 예정이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수사결과
| 구분 | 이름 | 소속/설명 | 혐의 |
| 개인 | 박순관 | 아리셀 대표이사 |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파견법 위반 |
| 박중언 | 아리셀 총괄본부장 |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업무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건축법 위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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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OO | 아리셀 상무 |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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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OO | 아리셀 직원 | 업무상과실치사상 | |
| 오OO | 아리셀 직원 | 업무상과실치사상 | |
| 이OO | 아리셀 직원 | 업무상과실치사상 | |
| 정OO | 메이셀·한신다이아 실경영자 |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파견법 위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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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OO | 건설업체 대표이사 | 건축법 위반 | |
| 법인 | 아리셀 | 일차전지 제조업체 |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파견법 위반 건축법 위반 |
| 한신다이아 | 인력파견업체 | 파견법 위반 | |
| 메이셀 | 인력파견업체 | 파견법 위반 | |
| OO산업건설 | 건설업체 | 건축법 위반 |
취재: 김주형 기자 jhy@c-watch.org
카피 에디팅: 조연우
- 채무자가 계약기간 내에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채권자에게 지불하는 금액. 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 간 약정에 따라 정해진 일정율과 지체된 날짜 수를 곱해 산출한다. ↩︎
- 단락(short)이란 배터리의 전기적 경로가 비정상적으로 접촉되거나 연결되는 현상이다. 전지 발열 및 폭발 원인이 될 수 있다. ↩︎
- 아리셀 측은 재판 과정에서 ‘발열 전지를 발견한 이후 전해액을 교체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
- 박중언 본부장은 6월 18일 공판에서 ‘생산량을 늘리라고 지시한 건 맞지만 발열 전지 선별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적 없고, A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
- 발열 전지가 담긴 트레이 약 39개가 다음 공정을 위해 공장 3동 2층으로 운반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
- 아리셀 측은 재판 과정에서 ‘24일 오전에 공장 3동 2층으로 이동한 전지 중에는 19~21일에 생산된 전지도 포함돼 있어 22일에 생산된 전지가 24일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