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용산구청 5차 공판: 경찰 수사관에 날 세운 변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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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총 4명(박희영 용산구청장, 유승재 전 부구청장, 문인환 전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전 안전재난과장)
(혐의 내용 자세히 보기(클릭))

일시: 2023년 9월 18일 오후 2시
장소: 서울서부지법 303호 법정

진행사항: 검찰 측 증인 두 명 신문
증인1: 경찰 수사관 윤OO
증인2: 경찰 수사관 왕OO


검사는 현직 경찰 두 사람을 법정에 불렀다.

윤OO과 왕OO. 두 사람은 ‘이태원 참사’ 직후 특별수사팀에 합류해 용산구청 공무원들을 조사했다. 용산구청 소속 피고인들은 이들의 수사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 부동의했다. (조사받은 사람의 진술에 대한) 수사기관의 주관적 의견이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공판에서는 용산구청 공무원들이 이태원 참사 책임을 회피하고자 ‘핼러윈 데이 축제’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려 했는지 여부, 용산구청이 작성한 수사 상황 정리 문건 관련 논란, 특수본 수사 내용이 경찰 조직 내부에 공유됐을 수 있다는 의혹 등을 주로 다뤘다.

용산구청 공무원의 변호인들은 시작부터 법정에 온 수사관들에게 바짝 날을 세웠다.

검사는 “(수사에 참여한) 많은 경찰관 중 한 명일 뿐인데 질문이 너무 방대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2022년 11월 1일, ‘이태원 참사’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본부가 출범했다. 이날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은 진상을 밝히고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출처: 연합뉴스TV)

‘축제 = 구청 책임’ 두고 수사 경찰과 용산구청 공무원 실랑이

윤OO은 용산구 안전재난과 A 주무관을 조사했다. 조사 이후 A는 본인의 진술 내용을 열람하면서 “‘핼러윈 데이 축제’를 ‘핼러윈 데이’로 수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문) 핼러윈 데이 축제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올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던 것 아니겠나요.
(답) 핼러윈 데이 축제(A 주무관 삭제 요구) 때는 항상 많은 인파가 몰려왔습니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한 A 주무관 진술 조서 중 일부.

공판검사는 (A 주무관이) 용산구청에 사고 책임이 부과되는 걸 방어한 게 아니냐”고 물었고, 윤OO은 “그렇게 느꼈다”고 답했다. 참사 직후부터 구청은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관리계획을 세울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박희영 구청장의 변호인은 재판 중인 경찰 간부들 이야기를 꺼냈다.

“기소된 경찰 간부들에게 사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모든 질문에 분명하게 대답하던 윤OO은 “답변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변호인은 “구청 직원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했다.

변호인: 용산구청 직원들도 구청에 사고 책임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웠을 거다. 직원들이 책임을 회피한다, 이런 게 아니라 말하기가 어려웠던 게 아니냐.

윤OO: 당시 ‘핼러윈 축제’와 ‘핼러윈’을 두고 문제가 있었다. ‘핼러윈 축제’가 되면 (용산구에)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축제’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변호인: ‘축제 = 구청 책임’이라는 구도를 짜고 수사한 게 아니냐.

윤OO: 구도가 아니라, 다 그렇게 진술했다.

“대체로 모른다는 진술로 일관함”

윤OO은 수사보고서에 (A 주무관이) 대체로 모른다는 진술로 일관함”이라고 썼다. 박희영 구청장의 변호인은 “몰라서 모른다고 하는데, 문제될 것이 있느냐”고 따졌다.

(문) 이태원 먹자골목에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돼 대비 필요했던 것 아닌가요.
(답) 그렇게 크게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한 A 주무관 진술 조서 중 일부.

“얼버무림”, “모호한 대답을 함”.

윤OO의 수사보고서 표현을 두고, 그렇게 쓴 이유를 따지는 문답이 이어졌다.

변호인: “(A 주무관은) 용산구 안전관리계획 수립이 본인(A 주무관) 업무가 아니”라고 일관되게 진술하지 않았나요? 대충 진술했다거나 얼버무렸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윤OO: ‘얼버무림’은 원래 잘 안 쓰는 표현이다. (A 주무관이) 안전재난과 직원인데, 계속 모른다고 일관되게 진술해서 쓴 거다. 내 의견이나 판단이 아니다. (A 주무관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변호인: 모호한 답변이 아닌데 모호하다고 썼다.

윤OO: 대화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윤OO은 “사견으로는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했어야 한다고 본다”, “해밀톤호텔 뒤쪽에 인파가 많은 건 용산구청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안다”라고도 증언했다.

“수사 내용을 공유하는 것 같은 문건들”

공판검사는 용산구청 비서실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문건을 띄웠다.

‘소송대리인 참석 현황’, ‘조사 입회 보고’.

수사 대상이 된 직원들의 경찰 조사 관련 내용을 구청 차원에서 정리한 문건이었다. 두 번째 증인 왕OO은 “압수수색하며 비슷한 문서를 많이 봤다”, “조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누가 어떤 조사를 받고 왔는지 등 수사 내용을 공유하는 것 같은 문건들을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2022년 11월 8일,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용산구청 구청장실과 부구청장실, CCTV 통합관제센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출처: 연합뉴스)

안전재난과 B 팀장의 조사 과정도 쟁점이 됐다.

왕OO이 참여한 수사보고서에는 B 팀장이 “미리 준비해 둔 예상 답변서로 보이는 노트 등을 보며 답변”했다는 내용이 있다. 왕OO은 (B 팀장이)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했고, 노트를 보면서 대답했다”고 했다.

박희영 구청장의 변호인은 “법률 조항 등을 외우지 못해 노트를 본 것”, “경험한 사실을 적어 와서 정확하게 답변하면 오히려 수사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경찰 상부 보고 또는 수사 지침 있었나?”

이날 용산구청 공무원의 변호인들은 벼르고 있던 것처럼, 경찰 수사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증인으로 온 수사관들이 재판 중인 경찰 간부와 일한 적이 있는지, 수사 과정에서 경찰 내부 지시나 조언 또는 지침이 있었는지, 수사보고서를 내부 보고용으로 쓴 건 아닌지 등을 캐물었다.

용산구청 공무원의 변호인들이 법정에서 제시한 ‘연합뉴스’ 보도(2022년 11월 7일). 이날 국회 현안질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용산경찰서장 집무실 등 압수수색했느냐”는 질문에 “현재까지는 하지 않았고, 추가로 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수사와 관련된 부분은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지만, ‘셀프 수사’ 논란이 일었다.

박희영 구청장의 변호인은 수사보고서 ‘수신란’을 짚었다. “수사보고서 수신인이 경찰청장으로 돼 있다. 경찰청장이 아닌 특별수사본부장으로 돼 있어야 맞지 않느냐”고 했다.

윤OO은 “양식만 그렇게 돼 있고, 실제로는 직근 상급자에게 보고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장 등) 경찰 상부에 수사 내용을 보고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경찰 간부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박희영 구청장의 변호인은 왕OO에게도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왕OO도 윤OO처럼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변호인은 “용산구청 직원들도 마찬가지”, “그런데 그렇게 쥐잡듯이 추궁해도 되느냐”고 다시 물었다.

왕OO은 “만약 소속 부서가 연루돼 내가 증언해야 하는 입장이 되면, 사실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되받았다.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

  • 사건번호
    • 서울서부지법 2023고합26
  • 재판부
    • 배성중, 오민관, 최오미
  • 공판검사
    • 박경남, 주영선
  • 혐의
    •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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