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방첩사의 트라우마

코트워치는 의미있는 사건을 다룬 재판을 빈틈없이 추적해 보도하는 법조 전문 독립언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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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트워치는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13인 그리고 증인 148인의 법정 발언과 행적을 통해 그날 밤 무엇이 ‘12·3 내란’을 시작하게 했고, 작동하게 했고, 멈추게 했는지 추적했다. 모든 내용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기록을 바탕으로 했고, 관련자 직책은 2024년 12월 3일 기준으로 표기했다.



법정에 온 국군방첩사령부 군인들이 여러 번 언급한 단어가 있다. ‘트라우마’다.

박태주1: 법적인 업무를 집행하는 것도 맞다 보니까 많이 따지기도 합니다. 2018년 개편 이후에는 우리가 수행하는 임무에 대해서 더 따지고, 더 법적으로 따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군인이니까 무조건 하라고 지시를 했어도 바로 따를 수 없을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한 것도 사실입니다.

(김용현 외 공판, 2025. 9. 5. 증인신문)

방첩사 전신인 국군기무사령부(1991년~2018년, 기무사 이전에는 보안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해편’된 바 있다.2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 계엄령 문건 작성 등이 드러나면서다.

박성하3: 계엄에 대한 트라우마를 다들 가지고 있는 상태고, 법적인 교육도 많이 했고 인식도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사령관께서 지시를 이렇게 하셨지만, 이후에 확인을 해보니 164명이 출동을 했는데 단 한 명도 임무지에 진입하거나 들어간 인원이 없습니다. (…) 방첩사가 다시 해체 기로에 서 있습니다.4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그런 상태고.

(윤석열 공판, 2025. 10. 2. 증인신문)

토의와 법무검토

2024년 12월 3일 밤, 방첩사 실장들은 정성우(방첩사 제1처장) 사무실에 모여 사령관 지시를 두고 회의를 했다.5 정성우는 실장들에게 여인형(방첩사령관)이 지시한 내용을 설명했다. ‘선관위(과천·관악)와 선거연수원(수원), 여론조사꽃 서버실을 확보해 전문 요원들이 오면 인계하라’,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카피하고, 안 되면 떼어와라’.6

실장들은 ‘우리가 수행해도 되는 임무인지’ 의심했다.

박태주(방첩사 정보보호단장)는 “거기에 있던 실장들이 전부 임무 수행에 대한 위법성과 문제점을 전부 다 제기했다”고 증언했다.7 양승철(방첩사 경호경비부대장)은 “대통령님과 장관님, 사령관님의 지시사항이 있었기 때문에 임무에 대한 중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저희가 임무 토의를 하면서 정당성과 위법성을 따져봤을 때는 정당하지 않다는 게 결론이었다”고 증언했다.8

안형욱(방첩사 과학수사센터 사이버수사과장)은 “지시를 이행함에 있어서 수사적인 관점에서 절차상 적법한가를 따져보는 게 회의 핵심이었다”며 “서버를 확보하거나 복사하거나 떼오라는 문제는 영장이 없어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위법이다. 그리고 선별해서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임의로 복사하거나 떼오는 것 역시 위법사항이다. 그래서 위법적인 요소가 너무 많았다”라고 증언했다.9

정성우는 법무검토를 받기로 했다.

실장들에게는 “출발은 하는데 들어가지 마라. 법무검토를 받겠다”라고 지시했다. 정성우는 4일 새벽 0시 34분 법무실에 들어갔다. 법무장교 7명 전원은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모았다.

정성우 전 방첩사 제1처장이 2024년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출처: 국회방송)

2025년 7월 17일, 법정에 온 정성우는 말 그대로 긴 열변을 토했다.

정성우: 여인형 사령관이 지시하지 않았다면, 팀장들에게 저 위헌·위법적인 투입을 하지 않았을 거고 법무검토도 받지 않았을 겁니다. ‘너는 왜 법무실에 갔느냐’, ‘특이하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비난의 화살을 너무나 많이 받고 있습니다. ‘군인이라면 선관위 지시를 하면 가서 해야지!’ 전화해서 비난하기도 하고.

제가 법무실에 갔던 이유는 딱 세 가지입니다. 팀원들이 위헌·위법이라고 문제 제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안 갈 수 있습니까? 명령이 정당한지 따져봐야 했습니다. 두 번째, 선관위는 방첩사와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습니다. 제가 부정선거 관련해서 (여인형에게) ‘정신 차리십시오’ 했을 때10와 오버랩이 되면서, ‘설마, 설마 이거 믿는 거야?’ 그래서 다시 법무검토를 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원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 강의를 받았습니다. 제가 군인이라서 연구과제 받은 게 12·12, 5·18 비상계엄 시에 군 행동이 잘못됐기 때문에 처벌받았다, 연구해서 발표를 했고. (…) 전시에는 있을 수 있지만, 평시 비상계엄은 정치에 군이 이용당하는 사례가 많다. 법적으로 따져야 된다. 그래서 필터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교수님이 제 변호를 맡아주고 계십니다.

(윤석열 공판, 2025. 7. 17. 증인신문)

“당신이 헌법을 왜 보냐고!”

2024년 12월 4일 새벽 0시 58분부터 1시 43분까지 방첩사에서는 4팀이 선관위(과천·관악)와 선거연수원(수원), 여론조사꽃으로 출발했다. 다만 이들은 목적지로 곧장 가지 않고 근처 주차장, 버스 차고지, 잠수교 남단, 의왕휴게소 등에서 대기했다.

양승철(방첩사 경호경비부대장)은 법정에서 “‘법무검토했으니 따르지 않아야 한다’는 의사결정이 군대에서 가능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용현(국방부장관)의 변호인, 이하상 변호사는 양승철에게 “이건 완전 세뇌당한 사람”, “검사들이 구워삶아서 그렇다”는 등 위협적인 신문을 이어갔다.

김용현 변호인: 상관의 명령이 내려왔어요. 그럼 복종할 의무가 있는 거 맞죠?

양승철: 의무는 있습니다.

김용현 변호인: 명령에 문제가 있다,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 법무검토해서 문제가 있다 하면 (상관에게 건의해서) 수정명령을 받아야 하는 게 군대 체계에서는 맞죠?

양승철: 맞습니다.

김용현 변호인: 그런데 명령을 법무장교 한 사람의 말로 바꾼다는 게 말이 됩니까? 모순 있다고 느끼죠?

양승철: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용현 변호인: 민간인을 죽이라고 명령했습니까? (서버실을) 인계하고 나오라는 게

양승철: 저희는 그 단편적인 내용이 아니고, 헌법하고 계엄법을 보고

김용현 변호인: 당신이 헌법을 왜 보냐고!

(…)

김용현 변호인: 다시 해볼게요. 흥분해서 미안합니다. 건의해서 새로운 명령을 받을 때까지 그 명령은 유효한 게 맞죠?

양승철: 네.

김용현 변호인: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맞고요.

양승철: 네.

김용현 변호인: 지금 이렇게 상관의 명령을 판단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검사와 언론 때문 아닌가요?

양승철: 그렇지 않습니다.

(김용현 외 공판, 2025. 8. 29. 증인신문)

양승철은 군생활을 22년 했다. 법무검토로 위법성을 확인받아 명령을 거부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양승철은 “이런 명령을 받은 건 군생활하면서 처음이었다. 상황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 임무는 정해져 있지만, 어떻게 실시하는지도 없었다”고 했다.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훈(방첩사 군사보안실장)은 “군인이 적법한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말에는 적법한지 아닌지 본인이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말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철 방첩사 경호경비부대장은 2025년 11월 10일 윤석열 피고인의 재판에서도 증언했다. (출처: 서울중앙지방법원)

체포조

‘트라우마’라는 단어는 방첩사의 또다른 임무인 ‘주요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서도 나타난다.

최진욱(방첩사 대공수사단 소속)은 “명확한 근거가 없었고, 우리 부대는 이미 계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걸 실행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증언했다.11

최진욱은 비상계엄 당시 ‘체포조’ 2팀장으로 ‘한동훈’을 배정받았다. 최진욱 증언에 따르면, 방첩수사단장은 한동훈의 신병을 인계받아 구금시설로 이동시키는 임무를 줬다. 등을 가볍게 한 대 치면서 “웃지 말고 빨리 나가라”고 했다. 차를 타고 출동한 최진욱과 팀원들은 여의도 한 은행 근처로 갔다. CCTV에 찍히기 위해 전원이 차에서 내렸고, 편의점에서 생수 등을 사고 결제 내역을 남겼다. 그리고 차 안에서 유튜브로 국회 상황을 봤다.

검사: 오늘 증언을 들어보니까 증인은 사무실에 나간 이후부터 이 상황 자체가 조금 이상하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소극적으로 임무에 임하셨던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최진욱: 저뿐만 아니라, 저희 방첩부대는 과거 계엄령 검토로 해편되고 재창설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계엄 자체도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직접 체포하라는 명령12이 내려왔으면 아무도 출동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저도 군사법 수사 업무를 하는데, 영장 없이 민간인을 구속하거나 강제조치를 하는 게 이해가 안 돼서 ‘이건 뭔가 잘못됐다’ 판단을 했고 (…)

(조지호 외 공판, 2025. 9. 24. 증인신문)



김대우(방첩사 방첩수사단장)는 여인형의 지시를 받고 방첩사 수사관들을 국회로 출동시켰다. 2024년 12월 4일 새벽 0시 25분부터 1시 5분까지 총 10개 팀, 총 49명이다.

여인형은 부인하지만,13 김대우는 “(여인형이) ‘장관으로부터 명단을 받았다. 받아적으라’ 해서 적었고, ‘그 인원들을 잡아서 수방사 B1벙커로 이송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김대우는 “(출동시킨 수사관들에게는) ‘직접 체포해서는 안 된다. 경찰이나 특전사 인원들로부터 신병을 인계받았을 때, 이송만 시키는 것이 우리 임무다’라고 한명 한명한테 지시했다”라고도 했다.14

김대우 전 방첩사 방첩수사단장이 2024년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출처: 국회방송)

김대우도 2018년 기무사 해체 과정을 겪었다.

김대우는 ‘분명히 잘못된 걸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방첩사령관 혹은 국방부장관이 계획하고 지시했다면 절대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첩사령관이나 장관이 아닌, 권력의 정점이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다.

김대우는 “(이번 계엄은) 이전에 있던 (불법적인) 계엄 상황과는 비교할 수 있는,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불법적이고 안 좋은 형태의 걸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라고 말했다.15

비상계엄 당시 김대우 지시를 받은 방첩사 군인 김OO의 진술서16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우리가 직접 체포하는 게 아니라, 인계받아 인계해주기만 한다’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기억되며 당시 그 말을 듣고 저는 ‘말이 인계지 체포에서 유치까지 이루어지는 일련 과정인데 말이 되는 소린가.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생각하였음.”

취재:
김주형 기자 jhy@c-watch.org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

카피 에디팅: 조연우

  1. 방첩사 정보보호단장. ↩︎
  2. 국군방첩사령부령에 따르면, 방첩사는 군사보안, 군 방첩 및 군에 관한 정보 수집·처리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방첩사 전신인 신군부의 국군보안사령부와 국군기무사령부는 여러 정치적 논란을 낳았고, 문재인 정부 당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해편됐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안보사를 방첩사로 바꾸고 다시 기능을 강화했다. ↩︎
  3. 방첩사 기획관리실장. ↩︎
  4. 국방부는 2026년 1월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권고에 따라 방첩사 해체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
  5. 군사보안실장, 사이버보안실장, 정보보호단장, 과학수사센터장, 경호경비부대장 등 모든 인원이 모인 건 3일 밤 11시 50분쯤이다. ↩︎
  6. 지시 내용에 대한 여인형 주장과 관련해서는 기사 1편 참고(링크). ↩︎
  7. 윤석열 공판, 2025. 11. 13. 증인신문. ↩︎
  8. 윤석열 공판, 2025. 11. 10. 증인신문. ↩︎
  9. 윤석열 공판, 2025. 11. 20. 증인신문. ↩︎
  10. 여인형은 2024년 4월경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정리해달라’고 비서실에 지시했다. 당시 비서실장이던 정성우는 배정효에게 자료 정리를 요청했다. 정성우는 “(여인형에게) 극우 유튜브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정신 차리라’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군 사령관 공판, 2025. 6. 24. 증인신문) 배정효(방첩사 비서실 지휘협력과장)는 “(여인형은) 굉장히 똑똑하고 합리적인 분이었다. (…) 제가 봤을 때 분명히 이런 의혹을 제기하거나 궁금하게 만든 어떤 인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윤석열 공판, 2025. 9. 29. 증인신문) ↩︎
  11. 조지호 외 공판, 2025. 9. 24. 증인신문. ↩︎
  12. 최진욱은 이날 “(김대우에게) 체포가 아니고, 현장 병력과 경찰에게 받아서 인치하라는 지시였기 때문에 그 맥락에서 이해를 했지 저희가 직접 체포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증언했다. ↩︎
  13. 여인형은 ‘체포’가 아니라 ‘신병 위치 확인 및 인수’를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
  14. 군 사령관 공판, 2025. 5. 27. 증인신문. ↩︎
  15. 군 사령관 공판, 2025. 6. 10. 증인신문. ↩︎
  16. 윤석열 공판, 2025. 9. 25. 최진욱 증인신문에서 제시된 진술서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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