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직후 언론은 잇달아 정보경찰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10월 31일은 용산경찰서 정보과, 11월 1일은 경찰청 정보국에서 보고서가 새어나갔다. 이에 정보경찰 지휘부는 ‘보안관리 강화’를 지시하고, 참사를 예방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보다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이태원 핼러윈’을 언급한 정보보고서들도 삭제됐다. 코트워치는 경찰 정보라인의 형사재판에서 드러난 사실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혹을 차례로 보도한다. <편집자주>
부장이 과·계장들을 불러모았다.
2022년 11월 2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나흘 뒤였다.
그해 8월 부임한 부장은 과장들과 종종 티타임을 했지만, 계장까지 전부 소집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날 오전 회의에서 부장은 지시를 했다. 부장의 지시는 과·계장을 거쳐 직원들에게 내려갔다. 직원들은 지시 내용을 판단하고 대응했다.
위기의 정보경찰
이태원 참사 직후, SBS 저녁뉴스가 경찰의 정보활동에 대한 의혹을 연달아 터뜨렸다. 10월 31일에는 용산경찰서 ‘정보보고서’가 새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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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정보부 정보상황과는 보도된 보고서 내용을 파악하고, 밤을 새워 ‘진상보고’를 작성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다음 날인 11월 1일 저녁에는 경찰청 ‘정책참고자료’가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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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보도 이후, 참사에 정보경찰의 책임은 없는지, 참사를 예방하지 못한 정보경찰이 이후 동향에만 관심을 두는 건 아닌지 의혹이 불거졌다. 용산경찰서 정보과는 이미 경찰 특별감찰팀 조사 대상이었고, 국회의원들은 경찰에 정보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①정보부장
박성민 당시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은 바빴다. 언론에 유출된 보고서들이 무슨 보고서인지(서울청과는 관련이 없는지), 용산경찰서 정보과는 어떤 상황인지, 경찰 특별감찰팀이 어떤 자료를 가져갔는지, 국회에는 어떤 자료를 제출할 건지 등을 파악하고 판단했다.
11월 1일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11월 2일 서울경찰청 정보부 과·계장들을 소집했다. 공통 지시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규정에 따라 보안관리와 문서관리를 강화하라.”
여기서 말하는 ‘규정’은 정보관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경찰관은 수집·작성한 정보가 그 목적이 달성되어 불필요하게 되었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정보를 폐기해야 한다. 다만, 다른 법령에 따라 보존해야 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 제7조 제3항)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이 보낸 메시지(펼쳐서 자세히 보기)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은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메시지를 두 차례 보냈다.
1. 11월 1일 저녁 8시 30분경
| 이태원 사고 관련 언론에서 경찰 문제점을 취재 중이고 경찰청 정보문건 보도 등 정보기능도 파악하고 있으니 불필요한 문서가 남지 않도록 규정에 따라 문서관리하시고 내부 참고자료라도 정치관여, 사찰 등 규정에 어긋나거나 오해 소지 있는 내용을 파악하거나 문서작성하지 않도록 주의 바랍니다. 집회시위 관리만 하시고 아니면 조용히 계시면 되겠습니다. 다 아는 내용이지만 노파심에서 다시 부탁드립니다. 답장은 생략 바랍니다. |
2. 11월 2일 오전 10시 29분경
| 어려운 시기에 실수가 없도록 거듭거듭 부탁드립니다. 1. 압수수색, 감찰, 언론취재 대비 규정에 안 맞는 문서를 보관하는 일이 없도록 보안관리 점검 2. 기관출입, SRI, 기자접촉 등 외부인 접촉 자제 3. 집회 등 기본업무만 수행하시고 민감한 업무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조금이라도 찜찜한 사안은 구두로만 소통 4. 회식도 하지 마시고 음주운전 등 의무위반행위 없도록 강조 |

②정보부 정보분석과장
11월 2일, 김OO 당시 정보부 정보분석과장은 박성민 전 부장의 지시를 받은 뒤 하급자 계장들과 모여서 의견을 물었다.
김OO 전 정보분석과장: 이런 민감한 시기에 문서·보안관리하고 막 부산떨고 이런 게 오해 소지가 있어서 찝찝하게 생각한 건 맞습니다. (중략) 계장들의 의견을 물어본 겁니다.
(2024. 12. 6. ‘서울경찰청 삭제 지시’ 6차 공판 증인 신문)
김OO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계장 두 사람이 “(필요한) 자료는 가지고 있겠다”고 말했다.
삭제하지 않겠다고 한 자료 중에는 ‘핼러윈데이를 앞둔 분위기 및 부담 요인’ 정보보고서도 있었다. 정보부 정보분석과가 2022년 10월 14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한 문서다.

③정보부 정보분석과 공공분석계장
조OO 당시 정보부 정보분석과 공공분석계장은 과장에게 “핼러윈 보고서는 갖고 있겠다” 말한 뒤 사무실로 돌아갔다. 사무실에서 전체 직원에게 박성민 전 부장의 지시를 전달했다.
계장 본인도 자료를 정리했다. 경찰 내부 메신저인 ‘폴메신저’ 쪽지들을 삭제했고, 업무수첩도 폐기했다. 검찰에 따르면, 공공분석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내용도 사라졌다. 11월 2일 오후 4시 11분경 이전의 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한 정보관은 예외였다.
조OO 전 공공분석계장: (정보관 전OO에게) 아마 참사 발생 이후에 한 번 ‘위축되지 말라’고 이야기했고, ‘보고서를 잘 갖고 있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2024. 10. 23. ‘서울경찰청 삭제 지시’ 4차 공판 증인 신문)
④정보부 정보분석과 공공분석계 정보관
정보관 전OO은 “계장님이 ‘부장님 지시는 너의 보고서를 지우라고 한 지시’라고 말했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다. 법정에서도 “제 기억으로는 제 보고서를 지우라는 의미(라고 했다)”라고 증언했다.
지시를 받았지만, 전OO은 자료를 삭제하거나 폐기하지 않았다.
정보관 전OO: 계장님이 공지사항 전파하고, 저를 불러서 ‘규정을 따르게 되면 증거인멸이나 형사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지워라 마라’가 아니라, ‘위험하다’고 알려줬고, 저도 이해했습니다. 압수수색 들어가면 문제될 여지가 있어서 보존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2025. 3. 14. ‘서울경찰청 삭제 지시’ 10차 공판 증인 신문)
재판장: 압수수색 들어올 거니까 파일을 보존하기로 결정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셨습니다. 압수수색 들어올 거라고 판단한 근거는 뭔가요
정보관 전OO: 제가 정보부에 오래 근무했지만, 정보경찰 관련해 큰 사건이 터지면 압수수색을 들어온 전례가 있습니다. (중략) 그래서 당연히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재판장: 나라에 큰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정보기능이 제대로 예측을 했는지 수사가 이뤄질 것이고, 이에 따라서 정보관 PC 등 압수수색이 당연히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다는 건가요?
정보관 전OO: 네.
(2025. 3. 14. ‘서울경찰청 삭제 지시’ 10차 공판 증인 신문)

정보관 전OO은 법정에서 계장에 대해 “(부장의 지시를) 전달하는 입장, 전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라고도 했다.
참사 직후, 부장 지시를 전달한 과·계장은 직원들이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 봤을까. 상명하복 정보경찰 조직에서 ‘전달할 수밖에 없는’ 지시였을까. 재판 과정에서 상급자 부장과 하급자 정보관들 사이에서 과·계장이 지시를 어떻게 전달했는지 추궁이 있었다.
김OO 전 정보부 정보분석과장은 “직원들이 느낀 부담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라면서도, “계장들이 (필요한 자료를 갖고 있겠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핼러윈 관련 자료를 갖고 있었고, 지우라고 하면서 강요하거나 지웠는지 확인한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조OO 전 정보부 정보분석과 공공분석계장도 “꼭 할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부담 없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공판검사는 한 번 더 물었다.
공판검사: 정보부장이 지우라고 하는데, 지시가 강압적이지 않다고 안 따르는 직원이 있나요.
조OO 전 공공분석계장: 받아들이는 직원들이 그렇게 느끼면 그게 맞습니다. 제가 전달할 때는, 저도 그 심정을 알아서, 전달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사정을 알고 있고…
(2024. 10. 23. ‘서울경찰청 삭제 지시’ 4차 공판 증인 신문)
2022년 11월, 정보관 전OO은 지시를 받고도 보고서 파일을 삭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지시를 받은 정보관 황OO은 보고서 파일을 삭제했다. 박성민 전 정보부장이 두 번째 재판을 받게 된 이유다. 다음 기사에서는 해당 보고서를 삭제한 경위를 보도한다.
취재:
김주형 기자 jhy@c-watch.org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
카피 에디팅: 조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