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경찰청 정보국 보고서 ‘영구삭제’…원문은 미궁 속

코트워치는 의미있는 사건을 다룬 재판을 빈틈없이 추적해 보도하는 법조 전문 독립언론입니다.
코트워치는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orea Independent Newsroom Network, KINN) 소속 언론사로, 우리 사회에 이로운 보도를 하기 위해 모인 매체들과 함께 활동합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직후 언론은 잇달아 정보경찰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10월 31일은 용산경찰서 정보과, 11월 1일은 경찰청 정보국에서 보고서가 새어나갔다. 이에 정보경찰 지휘부는 ‘보안관리 강화’를 지시하고, 참사를 예방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보다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이태원 핼러윈’을 언급한 정보보고서들도 삭제됐다. 코트워치는 경찰 정보라인의 형사재판에서 드러난 사실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혹을 차례로 보도한다. <편집자주>



정보경찰은 경찰청(본청) – 시·도경찰청 – 경찰서로 이어지는 업무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런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SRI다. SRI는 ‘Special Requirements for Intelligence’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특정 정보 요구’로 옮길 수 있다. 정보경찰은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수시로 첩보를 수집하고 취합해 정보를 생산하는데, 상급 정보부서에서 정보를 요구하면 하급 정보부서에서 올려보낸다.

2022년 핼러윈과 관련된 SRI는 두 건이었다.

(부록: 2022년 핼러윈 관련 정보경찰 문건 참고)

SRI를 통해 올라온 정보는 보고서 형태로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지휘부에 보고됐다. 정보경찰은 물론, 경찰 조직이 2022년 핼러윈에 어떻게 대비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자료였다.

하지만 경찰청 지휘부에 보고한 보고서는 ‘이태원 참사’ 직후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로 삭제됐다.

경찰청 ‘가을축제 SRI’

먼저 경찰청 SRI 경로를 살펴보자.

①경찰청 정보관 박OO이 2022년 9월 29일 전국 시·도경찰청에 SRI를 내려보냈다. 제목은 ‘가을축제·행사 안전관리 실태 및 사고 위험요인’. 각 지방자치단체가 가을철 축제와 행사에 잘 대비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②서울경찰청 정보관 황OO이 이를 배당받아 용산경찰서 등 경찰서 10곳에 다시 내려보냈다.

③용산경찰서 정보관 김OO가 10월 4일 회신보고서를 작성했다.

회신보고서 내용은 ④서울청 황OO의 취합을 거쳐 ⑤경찰청 박OO에게 올라갔다.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의 혐의

3편에서 다루겠지만, 박성민 전 정보부장의 두 번째 혐의는 ④번과 관련돼 있다. 서울경찰청 정보관 황OO은 일선 경찰서에서 받은 내용을 복사·붙여넣기해 만든 보고서 파일을 2022년 10월 5일 경찰청에 보냈고, 이태원 참사 직후인 11월 초 삭제했다. 검찰은 박성민의 지시 때문에 황OO이 파일을 삭제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 지휘부, 대통령실로 전파”

경찰청 정보관1 박OO은 2022년 10월 5일 서울경찰청 보고서를 받았다. 서울 등 전국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책참고자료(‘지역 축제 행사 재개 관련 공공안녕 위험 요인’)를 작성했다.

정책참고자료는 경찰청 지휘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등 ‘전파처’로도 전파된다. 해당 자료에 ‘이태원 핼러윈 축제’ 언급이 있었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정보관 박OO: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보고서를 작성해서 지휘부 검토를 받았습니다. 저희가 ‘전파처’라고 부르는 대통령실, 총리실, 행안부 장관실에 전파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2025. 4. 11. ‘서울경찰청 삭제 지시’ 11차 공판 증인 신문)

하지만 박OO은 정책참고자료에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쓰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정보관 박OO: 기억하기로 서울청 SRI는 제 보고서에 담을 특별한 내용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담지 않았습니다. 영남 호남 쪽 위주로 사례들을 담았던 것으로 정확하게 기억을 합니다.

(2025. 4. 11. ‘서울경찰청 삭제 지시’ 11차 공판 증인 신문)

문제는 박OO의 진술만 있을 뿐, 정책참고자료 원문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원문이 확보됐으면 좋았을 텐데”

공판검사: (정책참고자료에) 핼러윈은 아무 내용이 없었나요?

정보관 박OO: 전혀 없었습니다.

공판검사: 보고서 원문이 확보가 됐으면 좋았을 텐데요.

(2025. 4. 11. ‘서울경찰청 삭제 지시’ 11차 공판 증인 신문)

검찰은 경찰청 정보국을 압수수색했지만, 정책참고자료 원문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보관 박OO이 PC에서 파일을 ‘영구삭제’했기 때문이다. 박OO은 법정에서 “통상적인 절차”였다고 말했다. 규정에 따라 보고를 완료한 뒤에 삭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정황도 존재한다.

박OO이 말한 ‘통상적인 절차’는 ①보고가 끝난 파일을 삭제한 뒤 ②WPM을 돌리는 것까지다. WPM은 삭제한 파일을 복구할 수 없게 만드는 영구삭제 프로그램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OO은 2022년 7월 말 WPM을 실행했다. 그리고 약 3개월간 실행하지 않았다. 문제가 된 정책참고자료를 작성하고, 보고 및 전파를 완료한 10월에도 프로그램을 돌린 기록이 없다. 박OO이 다시 WPM을 돌린 건 참사 직후인 11월 1일, 3일, 4일이었다.

서울서부지검은 2023년 1월 11일, 2월 9일 경찰청 정보국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출처: 연합뉴스TV)

‘영구삭제’ 프로그램 실행한 이유

‘통상적인 절차’는 2022년 11월 초, 3개월 만에 지켜졌다.

정보관 박OO은 당시 상급자인 계장에게 “보안 강화 지침”을 받고 WPM을 실행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않았다면, 정책참고자료 원문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재판장도 WPM을 실행한 ‘시점’을 짚었다.

재판장: ‘보안 강화해라’ 이런 취지의 말은 결국 ‘WPM 프로그램 실행해서 문건 다 지워라’ 이 소리예요?

정보관 박OO: 직접 표현은 안 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재판장: 그렇게 받아들였다?

정보관 박OO: 네.

재판장: 11월 이전에 ‘보안 강화해라’ 이런 이야기는 언제 나왔나요?

정보관 박OO: 주기적으로 한 번씩 하기 때문에 한두 달에 한 번씩은 했을 거고요. 검찰 조사 내용 토대로 기억하면, 관련 언론보도2 있고 나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재판장: 한두 달 전에 상급자가 보안 강화하라고 지시했다면, 증인처럼 WPM 실행하라는 것으로 이해했을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9월 10월에는 실행한 흔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보관 박OO: 저희 업무가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반복되는 고된 업무이기 때문에 들었어도 놓쳤을 수도 있고요. 언론보도 이후에는 강조가 있어서 했던 것 같습니다.

(2025. 4. 11. ‘서울경찰청 삭제 지시’ 11차 공판 증인 신문)

박성민 전 정보부장의 변호인은 “참사가 발생한 뒤에 지시를 받고 ‘혹시 이러면 이태원 자료들도 다 삭제되면 어떡하지’ 우려는 안 했나”라고 물었으나, 박OO은 “특이한 사안을 봤던 기억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제가 우려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라고 부인했다.

2022년 11월 1일 SBS는 경찰청 정보국이 참사 이틀 후인 10월 31일자로 작성한 정책참고자료를 보도했다. 정책참고자료에는 참사와 관련해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 필요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 ▴온라인 특이여론 등이 기재됐다. (출처: SBS(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아래))



검찰에 따르면, 조지호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현 경찰청장)은 2022년 11월 2일 정보국 과·계장들을 소집해 ‘보안’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다음 기사에서 살펴보겠지만, 박성민 당시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이 정보부 과·계장들을 소집한 날과 같은 날이다.

하지만 경찰청 정보국의 ‘보안 강화 지침’과 관련한 의혹은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2025년 7월 현재까지 법정에서 정보국 관련 증언을 한 증인도 정보관 박OO이 유일하다.


취재:
김주형 기자 jhy@c-watch.org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

카피 에디팅: 조연우


  1. 정보부서 소속 경찰관을 ‘정보관’이라고 부른다. ↩︎
  2. 이태원 참사 직후, SBS 저녁뉴스가 경찰의 정보활동에 대한 의혹을 연달아 터뜨렸다. 10월 31일에는 용산경찰서 정보과, 11월 1일에는 경찰청 정보국에서 보고서가 새어나갔다. ↩︎

코트워치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