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참사’ 두 달…“험난한 여정 이제 겨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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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활주로에 동체 착륙했다. 착륙 기어 장치가 내려오지 않은 채 미끄러지다 오전 9시 3분 방위각 시설물과 충돌했다. 충돌 후 화재와 일부 폭발이 발생했다. 태국 스완나품국제공항을 떠나 4시간 30분간 비행한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약 20분 뒤 사고 속보가 나왔다.

[속보]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추락…화재 진압 중

언론 보도로 사고 사실을 알게 된 탑승객 가족들이 공항을 찾았다. 공항 측은 대회의실에 가족 대기실을 마련했지만, 대기실에서는 수습 상황을 곧바로 알 수 없었다. 이날 오후에야 전남소방본부 관계자는 가족들에게 “181명 중 2명이 생존했으며, 나머지 179명은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브리핑했다.

“험난한 여정은 이제 겨우 시작되었습니다”

2025년 2월 6일 국회1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답변대에 섰다. ①철저한 진상규명 ②원인 제공자 책임규명 ③생활·정서적 지원 ④유가족 모임 활성화 ⑤항공안전 점검·정비 ⑥특별법 제정 등 6가지 사안을 “부탁한다”고 했다.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유가족들이 걸어가야 할 험난한 여정은 이제 겨우 시작되었습니다. 부디 우리의 부모, 우리의 형제, 우리가 희생자가 될 수 있었고, 또 유가족이 될 수 있다는 연대 의식으로 유가족들에게 변함없이 버팀목이 되어 주시기를 거듭 고개 숙여 부탁드리겠습니다.”

유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항공 사고조사, 책임자 수사와 재판, 최종 배·보상 절차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박한신 대표 말처럼 “앞으로 이어질 긴 어둠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갑작스러운 상실과 고통을 겪는 유가족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근거가 되는 법령은 있을까. 아니면 이렇게 항공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자가 직접 ‘부탁해야’ 하는 걸까.

발언하는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 (출처: 국회방송)

피해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

아니다. 국제 기준은 다르다.

ICAO(The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국제민간항공기구)는 국제민간항공협약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UN 산하 기구다. 항공산업 발달로 국제적인 질서와 기준이 필요해지면서 1944년 협약을 체결했고, 한국은 8년 뒤인 1952년 가입했다.

ICAO는 항공 사고 피해자와 가족 지원을 위한 ‘절차’와 ‘책임’을 규정한다.

국제민간항공협약 부속서에는 “체약국(협약에 가입한 국가)은 항공 사고 피해자와 가족 지원을 돕기 위한 법률과 규정,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준수사항이 있다. 또 “항공사나 공항이 적절한 계획을 수립해 피해자와 가족을 적시에 효과적으로 지원하게 하라”는 권고사항도 2022년 11월 신설했다.

(ICAO 지침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기사 참조)

하지만 ICAO 이사국2인 한국은 여전히 ‘법령 공백’ 상태다.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은 “ICAO에서는 항공기 사고 시 피해자와 가족 지원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구체적인 법령이 미비한 것은 사실이며, 조속히 제정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2월 26일 무안국제공항. (출처: 연합뉴스)

법률과 매뉴얼 ‘공백’ 메워야

2025년 1월 16일 국회3 회의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29 여객기 참사’ 초기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지금도 생생합니다. 참사 당일 유가족들은 서 있을 공간조차 없었고, 도대체 어디에다 물어봐야 되는지, 누가 책임자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뉴스 보도는 쏟아졌고, 급기야 ‘우리가 왜 무안공항 소식을 화면의 뉴스를 통해서 알아야 하느냐’며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사태 수습은 법률과 정부의 매뉴얼이 아닌, 유가족들의 요구를 하나하나 수용하면서 자리가 잡혀가고 체계가 세워졌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회적 참사를 겪었음에도 우리는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고 대응 매뉴얼, 현장 대응 매뉴얼, 피해자와 유가족 지원 매뉴얼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고 직후, 현장에는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소방, 경찰 등 여러 기관이 투입됐다. 사고 초기 관련 정보가 빠르게 공지·공유되지 않았고, 유해 냉동 시설 안치가 지연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후 일주일 넘게 이어진 수습 과정에는 유가족이 필요로 하는 것을 대체로 반영해가며 진행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1월 5일 유가족 측은 수습당국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출처: MBC)


동시에 근본적인 문제도 드러났다. 구체적인 법률과 매뉴얼에 따른 대응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3월 5일 현재, 이러한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는 세 갈래로 진행 중이다.

첫 번째는 정부 매뉴얼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28일 ‘항공 사고 피해자 지원 매뉴얼 개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피해자 지원에 대한 제도적 체계가 빈약”하기 때문에 새로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두 번째는 ‘항공 사고’와 관련된 법이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항공 사고 피해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 27일 대표발의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12·29 여객기 참사’ 특별법4이다. 이번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를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28일 두 가지 법안(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안·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이 발의됐다.

코트워치는 최근 발의된 법안들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에게 충분한 지원을 보장할 수 있는지 등을 조사해 보도를 이어간다.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


  1. 지난 1월 국회는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고, 위원장 제외 위원 14명(더불어민주당 7명·국민의힘 6명·조국혁신당 1명)이 참여했다. 2월 6일 특별위원회 두 번째 회의가 열렸다. ↩︎
  2. 2025년 현재 ICAO 회원국은 193개국이다. 이 중 상임이사국은 한국을 포함해 36개다. ↩︎
  3.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 첫 번째 회의. 위원장과 간사를 선임하고, 소위원회를 구성한 뒤 종료했다. ↩︎
  4. 3월 5일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 3월 7일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이 추가로 발의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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