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첫 판결② 부실 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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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그리고 지난 5월 31일 참사와 관련된 첫 번째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참사로 이어진 미호강 범람이 ‘자연재해’가 아닌 ‘중대한 과실’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미호강교 확장 공사의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은 기존 제방을 허물고 임시 제방을 부실하게 쌓은 혐의 등으로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았다. 코트워치는 4달간 법정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토대로 ‘첫 번째 판결’의 의미와 판결에 이른 과정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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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내지(堤內地)는 강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제방 안쪽의 지역을 의미한다. 제내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높이가 일정한 제방이 강을 따라 쭉 이어져야 한다.

재판장: 제방이라는 게 다 같은 높이여야 물이 안 넘칠 것 아니에요?

S 하천 전문가: 그렇죠. 스트레이트로.

지난 3월 13일 증인으로 법정에 온 하천 전문가 S는 제방이란 ‘하늘이 무너지는 비’가 와도 괜찮아야 한다고 증언했다.

“우기철에는 원칙적으로 제방에 손을 대면 안 됩니다. 불가피할 때는 관계기관에 협조를 얻어서 일시적으로 절개를 하고. 또 대처를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비가 와도 괜찮게끔 방호벽 같은 걸 해서 보호를 하거나…”

하지만 2023년 우기를 앞둔 미호강에서는 제방 일부가 뚫려 있었다.

미호강교 확장 공사의 시공사는 2022년 10월 공사 진행을 위해 다리 아래 제방을 허물었지만, 2023년 6월 말까지 다시 축조하지 않았다.

장마 시작된 6월 말까지 방치한, 헐린 제방

시공사는 2023년 장마가 시작된 6월 25일 이후(29일)에야 제방을 쌓기 시작했다.

공사 전반을 관리·감독한 최OO 감리단장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임시 제방이 붕괴된 결정적인 이유는 제방 축조가 너무 늦게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법정 증언했다.

감리단장 측이 증거로 제출한 통화 녹취록 등에 따르면, 감리단장은 2023년 5월부터 ‘제방을 쌓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으나 시공사는 따르지 않았다.

최OO 감리단장 변호인: 전OO 현장소장에게 ‘장마라는데 빨리 축조해야 하지 않나요’라고 임시 제방을 빨리 축조하라고 재촉한 사실이 있죠?

최OO 감리단장: 예.

최OO 감리단장 변호인: 재촉하자 현장소장은 ‘(공사에 쓸) 흙이 안 나온다’고 변명할 뿐 축조를 진행하지 않았죠.

최OO 감리단장: 예, 그런 것 같습니다.

(2024. 4. 24. 피고인 신문)

특히 6월 23일 통화 녹취록엔 감리단장이 “장마라는데 제방을 빨리 축조해야 한다. 큰비가 오면 어떡하냐”고 말하자, 현장소장이 “걱정하지 마라”라고 대답한 내용이 나온다. 재판장은 해당 통화 내용을 판결문에 인용해 당시 현장소장의 안이한 대답을 비판했다.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급조된 임시 제방 바로 옆 제내지에 피고인(현장소장)의 부모가, 자녀가, 친구가 거주하고 있었더라도 임시 제방은 아무 문제 없이 튼튼하게 축조되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할 수 있었을지 묻고 싶다.”

지난 4월 3일 최OO 감리단장은 2023년 임시 제방을 축조하라는 공문 발송 등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제가 너무 시공사하고 유대관계를 가지고 일한다고 생각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감리단장의 판결문에 “현장소장에게 여러 차례 임시 제방을 축조하도록 요청했지만, 결코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사람으로서 한 지시는 아니었다”라고 적었다.

전OO 현장소장 측은 공사에 필요한 흙을 가져오는 장소인 ‘토취장’이 늦게 선정됐기 때문에 임시 제방 축조도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토취장 선정 이후 공사 현장에 흙이 들어오기 시작한 건 6월 9일이었다. 제방은 그로부터 20일이 흐른 뒤인 29일부터 쌓기 시작했다.

제방 공사가 뒤로 밀린 이유는 뭘까.

시공사 소속 직원들은 ‘제방 공사보다 본공사인 교량 공사를 먼저 해야 했다’고 말한다.

현장소장 밑에서 일한 K 공사팀장은 “토취장 선정도 늦어졌지만, 본선 성토(교량 공사와 관련된 흙 쌓기)에도 써야 했기 때문에 거기에 사용이 돼서 (제방 공사가) 늦어졌습니다”라고 지난 4월 3일 증언했다.

L 공무팀장은 지난 3월 8일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나중에 철거가 확정된 임시 제방 문제는 순번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강 위성 사진. 2023년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미호강교 아래 임시 제방 쪽으로 강물이 넘치면서 궁평2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됐다. (출처: 구글어스)

‘임시 제방’ 쌓는 10일 중 7일이 비

2023년 6월 29일에야 시작된 제방 쌓기 작업은 7월 3일~7일, 10일~13일 등 총 10일간 진행됐다. 10일 중 7일간 비가 왔다.

안정성 높은 제방을 쌓기 위해서는 재료인 흙에 포함된 수분의 양을 적절히 조절해야 하지만, 비가 내리면 수분의 양을 조절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미호강교 확장 공사의 시방서(공사와 관련된 기술적인 내용을 적은 문서)에도 ‘강우 등으로 인해 함수비(흙 등에 수분이 어느 정도 포함돼 있는지 나타내는 값) 조절이 불가능하면 다짐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미호강교 확장 공사 현장에서는 비가 와도 제방을 쌓았다. 시공사 소속 K 공사팀장 밑에서 작업자들과 함께 토공(土工) 작업을 했던 I 토공반장은 법정에서 그 사실을 인정했다.

공판검사: 비가 올 때도 계속 제방을 축조했나요?

I 토공반장: 비가 많이 올 때는 못 했고, 비가 조금 올 때는 (제방 쌓기가) 금방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서 포클레인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2024. 2. 21. 증인 신문)

비가 내리는 날에도 제방 공사를 강행했던 건 공사를 빨리 끝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공판검사: 공사 시방서를 보면 비 오는 날 못 하게 돼 있는데, 공사한 이유가 뭔가요?

최OO 감리단장: 빨리 쌓아야 하니까…

(2024. 4. 3. 증인 신문)

공판검사: 비가 왔는데 작업이 일부 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때 함수비 조절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건가요? 아니면 불가능한데 그래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나요?

K 공사팀장: 불가능한데,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공판검사: 비가 오는 날에 성토(흙 쌓기)가 가능한가요, 어려움이 있나요.

K 공사팀장: 비가 오면 성토가 어렵긴 어렵습니다.

(2024. 4. 3. 증인 신문)

포클레인 ‘바가지’로 두드려 쌓았다

시공사는 날씨뿐만 아니라, 제방을 쌓는 방법에 대한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감리단은 이를 묵인했다.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에 따르면, 제방을 쌓을 때는 ①흙을 30cm 높이로 쌓고, ②진동 롤러 등 장비로 다지고, ③제대로 다졌는지 다짐 시험을 받아야 한다. 다짐 시험에 통과한 뒤에 다음 층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미호강교 확장 공사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다짐도, 시험도 없었다.

먼저, 다짐이 제대로 안 된 이유는 미호강교 아래 공간이 부족했던 데 있다.

2023년 6월 당시 공사 현장에는 이미 미호강교 상판을 떠받치는 구조물인 거더(Girder)가 설치돼 있었다. 거더 아래에서 제방을 쌓으려다 보니 진동 롤러 같은 중장비가 올라갈 공간이 모자랐다.

거더(Girder) 예시 이미지. 다리를 받치는 기둥인 교각 위에 거더를 설치하고 있다. (출처: 국가철도공단 유튜브)

시공사의 주장처럼 거더를 올린 뒤에 제방을 쌓아야만 했다면, 홍수 방어벽 등 제방을 제대로 쌓을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시공사는 흙더미를 포클레인 바가지 부분으로 두드려가며 일단 제방을 올렸다. 위에서 진동 롤러로 눌러 다지는 작업은 첫날 1~2단만 진행했다.

I 토공반장: 6월 29일(작업 첫날) 이후로는 포클레인으로 두드려서 다짐 작업을 했습니다.

공판검사: 롤러로 한 게 아니고요?

I 토공반장: 네. 위로 올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중략)

공판검사: 포클레인으로 두드리는 방식으로 다짐을 하나요? 그게 정식 방법인가요?

I 토공반장: 정식 방법은 아닙니다.

(2024. 2. 21. 증인 신문)

그렇게 흙을 쌓고 두드리는 동안, 다짐 시험은 이뤄지지 않았다. I 토공반장은 “제가 아는 것은 (다짐 시험을) 안 했습니다”라고 증언했다.

I 토공반장: 다짐 시험은 제가 주관해서 하는 게 아니고…

공판검사: ‘시험해달라’ 얘기를 해야 K 공사팀장과 감리단이 와서 시험을 하잖아요.

재판장: 시험해달라고 요청한 적 있어요?

I 토공반장: 요청한 적 없습니다.

(2024. 2. 21. 증인 신문)

지난 7월 미호강 인근에 대기하던 진동 롤러. 제방 등을 다질 때 쓰는 ‘다짐 기계’다. 2023년 미호강교 확장 공사 현장에서 임시 제방을 쌓을 때는 작업 첫날만 롤러로 흙을 다졌다.

토공반장의 상급자인 공사팀장과 현장소장뿐만 아니라 시공사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감리단도 다짐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당시 감리단에는 감리단장 아래 감리(건설사업관리기술인) 두 사람이 있었다. 그중 M 감리는 안전·시공 등 공사 분야를 담당했다.

K 공사팀장: (임시 제방을 제대로 쌓고 있는지) 계속 보지는 못했습니다. 본선 성토도 계속 이뤄졌었고, 본공사가 8월 30일까지 임시로 청주 방향을 개통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신경 쓰다 보니까 임시 제방에는 신경을 못 썼습니다.

(2024. 4. 3. 증인 신문)

전OO 현장소장: 다른 공정에서는 시험 절차를 진행했는데 임시 제방은 왜 안 했는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2024. 4. 24. 피고인 신문)

M 감리: 현장을 혼자 뛰다 보니까 시작부터 끝까지 임시 제방에만 있을 수는 없거든요. (현장이) 다섯 군데, 여섯 군데. 그리고 제가 안전 담당이라 근로자 안전사고가 안 나야 하고. 결과만 가지고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있지 않았다고 해서… 감리단이 없어도 시공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대로 해야 되는 거거든요. (감리가) 미흡은 했겠지만, 관리를 안 했다는 거는…

(2024. 3. 8. 증인 신문)

최OO 감리단장: 제가 총괄이라 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지시사항도 받고 업무도 다양하게 해야 하니까. 솔직히 ‘쌓고 있구나’ 지나가면서 보고 했지, 가서 검측하고 이런 건 못 했습니다. 그리고 시공사에서 검측 요청도 안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검측 요청하라고 챙겼어야 하는데 못 챙겼습니다.

(2024. 4. 3. 증인 신문)

“법정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이 한 변명은 ‘돈’과 ‘시간’”

최OO 감리단장과 전OO 현장소장은 “하천에서 제방 공사를 해본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재판장은 지난 3월 13일 하천 공사 경험이 많은 전문가 S를 법정에 불러 ‘불가피하게 제방을 일부 허문 상황’, ‘교량 상판을 올린 뒤에 제방을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재판장: 제방을 일부 절개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다음에 원상복구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S 하천 전문가: 하려면 신경을 써야죠. 다짐도 중요하고, 돌 같은 게 안 들어가야 하고. 물이 닿는 면에는 물이 침투가 안 되도록 비닐막 등을 해놔야 견디겠죠?

재판장: 제방이라는 게 다 같은 높이여야 물이 안 넘칠 것 아니에요?

S 하천 전문가: 그렇죠. 스트레이트로.

재판장: 교량 상판 때문에 끝까지 못 쌓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합니까?

S 하천 전문가: 스페이스(공간)가 안 되면 콘크리트로 해서 월류(제방 등에서 물이 넘침)를 막는 시설을 합니다.

하천 전문가 S의 말처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제방이 무너진 자리에는 콘크리트로 만든 홍수 방어벽이 생겼다. 미호강교 아래에서는 제대로 흙을 쌓고 다질 수 없기 때문에 대안을 찾은 것이다.

2023년 12월 다시 쌓은 제방(위, 노란색 원). 제방 비탈면은 흙으로 쌓았고, 공간 때문에 다짐이 어려운 윗부분은 콘크리트로 1m 높이의 홍수 방어벽을 세웠다(아래). (출처: 네이버지도 거리뷰, 2024년 7월)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참사 이전에도 홍수 방어벽이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지적하자, 현장소장 측은 임시 제방을 쌓을 당시에는 공사 비용과 콘크리트 양생 기간의 문제로 “방어벽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었다”고 맞섰다. 재판부의 판단은 어땠을까.

아래는 지난 5월 31일 재판부가 내린 판결의 일부다.

“피고인(현장소장)과 피고인의 변호인이 한 변명은 돈과 시간입니다. 홍수 방어벽을 포함한 제방을 설치하는 데 1억 원이 넘게 필요하고, 콘크리트 양생에 시간이 필요하므로 피고인에게는 이러한 대체 제방의 축조를 기대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피고인에게는 대체 제방을 축조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임의로 기존 제방을 절개한 이상 발주청이든 시공사든 대체 제방의 축조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하천 제방을 위해 1억 2000만 원도 쓸 수 없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저는 이해하려고 노력해 봐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

  • 재판부
    • 청주지법 형사5단독
  • 혐의
    •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증거위조교사, 위조증거사용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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