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그리고 지난 5월 31일 참사와 관련된 첫 번째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참사로 이어진 미호강 범람이 ‘자연재해’가 아닌 ‘중대한 과실’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미호강교 확장 공사의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은 기존 제방을 허물고 임시 제방을 부실하게 쌓은 혐의 등으로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았다. 코트워치는 4달간 법정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토대로 ‘첫 번째 판결’의 의미와 판결에 이른 과정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미호강은 금강의 제1 지류 중 하나다. 충청북도 음성군 삼성면 마이산 서쪽 우물에서 발원해 진천, 청주,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어져 금강에 합류한다.
미호강에는 총 44개의 다리가 있다. 지난해 7월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다리 ‘미호천교’(현재 미호강교)도 그중 하나다.
2018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미호천교 확장 공사에 나섰다. 길이를 360m에서 710m로 늘리고, 왕복 4차로를 6차로로 늘리고, 다리의 높이도 올리는 대규모 공사였다. 다리를 두 배가량 더 길게 만드는 과정에서 시공사는 다리 밑에 있던 ‘교대’를 ‘교각’으로 바꿔야 했다. 교대는 다리의 양 끝을 받치는 기둥, 교각은 다리의 몸통을 받치는 기둥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없애야 할 교대가 제방에 파묻혀 있어서다. 교대를 없애고, 교각을 세우고, 크레인 등 중장비를 앉히기 위해선 제방 약 40m를 허물어야 했다.
제방은 물가에 흙이나 돌, 콘크리트 등으로 쌓는 둑을 말한다. 강물이나 바닷물이 범람해 사람들이 사는 지역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시설이다. 미호강 제방은 일제강점기였던 1935년에 만들어졌다.
허가 없이 제방 40m를 허물었다
하천시설인 제방을 허물 때는 하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미호강교 확장 공사를 맡은 시공사와 감리단은 허가 없이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를 발주한 행복청이나 하천을 관리하는 금강유역환경청(금강청) 등은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았다.
미호강교 확장 공사에서 감리단장(책임건설사업관리기술인)을 맡은 최OO 씨와 시공사 현장소장이었던 전OO 씨는 ‘오송 참사’ 관련 재판에 피고인으로 나와 ‘제방 절개 허가’를 신청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공사 설계에 따라 제방을 절개할 수밖에 없었고, 허가 담당 공무원 등 관계자가 설계도를 보면 이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책임을 부인했다.


“무단 절개 아니다”…감리단장과 현장소장 모두 혐의 부인
‘오송 참사’ 두 번째 공판은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2024년 2월 14일 열렸다. 피고인인 최OO 감리단장과 전OO 현장소장이 각자의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힐 차례였다.
첫 공판 때 변호인들의 준비 지연에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던 재판장은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피고인 측에 “변호인 의견서를 오늘 접수하셨네요?”라고 말했다. 최OO 감리단장의 변호인은 “죄송합니다. 설 연휴에 (증거 기록을) 다 읽어보고 오늘 오전에 제출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감리단장 측은 ‘부실 관리·감독’ 등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다만, 감리단과 시공사는 기존 설계에 따라 제방을 허물었기 때문에 ‘무단 절개’ 책임은 없다고 했다. 공사를 발주한 행복청이나 설계 업체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장: 그럼 무단 절개와 임시 제방 축조는 다툴 부분이 있다는 취지고. 임시 제방이 부실하게 축조돼서 결과적으로 여러 사람을 죽게 했다는 것은 인정하는 겁니까?
최OO 감리단장 변호인: 네.
재판장은 감리단장에게도 같은 생각인지 물었다.
재판장: 최OO 씨? 피고인도 같은 입장인가요?
최OO 감리단장: … 예.
재판장: 왜 이렇게 자신 없이 말씀하시죠.
최OO 감리단장: 예.
감리단장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체구가 작고 머리가 아주 짧으며, 까만색 동그란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있는 감리단장은 첫 재판 때부터 방청석 쪽을 잘 보지 못했다. 재판 내내 방청석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전OO 현장소장은 감리단장보다 목소리도 크고 체구도 컸다. 회갈색 뿔테 안경과 마스크를 썼다. 현장소장은 시종일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며 앉아 있었다.
현장소장 측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무단 절개’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였다.
“편의를 위해 제방을 무단으로 절개해서 임시 제방을 부실하게 축조했다는 게 (범죄사실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여러 수사 자료를 보고 판단했을 때, 제방을 무단으로 절개한 게 아니라 도로 공사에 불가피하게 포함돼 있던 공사였습니다. (중략) 마치 기존 제방을, 절대 절개할 수 없는 것을 몰래 한 것처럼 기소했는데 그런 건 아닙니다.”
(2024. 2. 14. 전OO 현장소장 변호인)

공무원 증인들, “제방 공사도 허가 받았어야 한다”
전OO 현장소장과 최OO 감리단장 모두 제방을 허물어뜨린 공사가 ‘무단 절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이 받은 허가에 제방 관련 내용이 없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미호강과 같은 하천에서 공사를 하려면 ‘하천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공사가 감리단 검토를 거쳐 신청서류를 제출하면 발주처가 하천관리청에 허가를 받는다.
미호강교 확장 공사를 발주한 행복청도 세 차례에 걸쳐 하천점용허가를 받았다. ①2018년 4월 4일 하천점용허가, ②2021년 3월 29일 하천점용변경허가, ③2022년 11월 4일 하천점용연장허가를 받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허가는 국토교통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대전청)에서 받았다.
2018년 4월 받은 첫 번째 허가는 미호강에 공사를 위한 구조물을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2021년 3월에는 정밀 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설계가 변경되면서 변경 허가를 받았다.
2022년 11월 세 번째 허가는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금강청)에서 받은 것으로, 2022년 9월까지로 되어 있던 점용 기간을 2023년 12월까지로 연장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천점용허가 등 하천을 관리하는 업무가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2022년 1월)된 데 따른 조치였다.
시공사는 2021년 10월과 2022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존 제방을 허물었다. 하지만 행복청이 받은 세 번의 허가에는 모두 ‘기존 제방을 허문다’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세 번의 허가에 관여한 공무원 3명(A, B, C)은 지난 3월 27일 법정에서 그 사실을 인정했다. 세 사람 모두 ‘제방을 허무는 공사를 하기 전에 허가를 받았어야 한다’고 증언했다. 허가 당시 A와 B는 국토교통부 대전청, C는 환경부 금강청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공판검사: 2018년 4월 허가에 제방 철거나 설치 내용은 없는데요.
A 국토교통부 공무원: 네.
공판검사: 대전청으로부터 명시적 허가를 받지 않으면 임의로 제방을 절개하면 안 되나요?
A 국토교통부 공무원: 네.
공판검사: 2021년 3월 변경 허가에 제방 철거나 설치 내용은 전혀 없는데요.B 국토교통부 공무원: 네, 없었습니다.
공판검사: 사전 허가 없는 제방 철거나 설치는 금지돼 있는 것 같은데요.
B 국토교통부 공무원: 그렇게 판단됩니다.
공판검사: 2022년 11월 연장 허가에 제방 철거와 임시 제방 축조는 포함돼 있지 않지요?C 환경부 공무원: 네.
공판검사: 제방 철거와 임시 제방 축조는 사전 허가사항인가요?
C 환경부 공무원: 사전에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미호강교 신설 교각과 겹치는 제방…누가 확인했어야 하나
미호강교 확장 공사는 다리를 연장하고, 높이고, 넓히는 공사였다. 따라서 다리를 받치는 기둥인 ‘교각’을 새로 세워야 했다. 문제는 기존 제방 바로 앞에 세워야 하는 7번 교각이었다. 7번 교각을 세우기에 앞서, 제방에 파묻혀 있는 원래 교대(다리의 양 끝을 받치는 기둥)를 철거해야 했다.


전OO 현장소장 측은 ‘허가 신청 당시 첨부한 단면도를 보면 기존 제방에서 교대를 철거하고 교각을 설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법정에서도 ‘허가를 내주기 전에 신청서와 첨부서류를 철저히 검토하지 않느냐’고 물으며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려고 했다.
하지만 공무원 증인들은 반박했다.
A는 “기존 제방 부분에 교각을 설치하게 되면, (제방을) 훼손하게 되면, 당연히 하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서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전OO 현장소장 변호인: 교량 설치에 따른 제방 간섭은 중요한 사항인가요?
A 국토교통부 공무원: 네.
전OO 현장소장 변호인: (허가하기 이전의) 기술검토 과정에서 교각과 제방의 간섭 문제는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 사항이 아닌가요?
A 국토교통부 공무원: 보십시오. 공사가 7년, 5년씩 이뤄지는데 (허가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처음 허가할 때는 가도(차량 통행을 위해 임시로 만든 다리)를 일차적으로 확인을 했고요. 제방은 다음 공사할 때 변경 허가를 받았어야 되죠.
전OO 현장소장 변호인: 신청자가 명시적으로 신청해야 된다?
A 국토교통부 공무원: 그럼요.
C도 “허가 신청서가 아닌 첨부된 설계서 등에만 허가가 필요한 내용을 넣으면 신청을 잘못한 것, 신청이 안 됐다고 봐야 한다”고 증언했다.
전OO 현장소장 변호인: 기술검토할 때 설계서에서 기존 제방의 절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가정하면 어떤가요?
C 환경부 공무원: 그러면 일단 ‘무조건 절개해야 되는 거냐’. 제가 봤을 때 절개 안 해도 될 것 같으면 안 된다고 할 겁니다. 그리고 절개를 해야 하면 대책을 내라고 할 겁니다.
다만, C는 세 번째 허가를 내주기 이전인 2022년 9월 말 실시한 현장조사 때 임시 제방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기간 연장이라 단순하게 접근했습니다. ‘국가기관이 공사를 해야 하는데 기간이 부족하구나’ 이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31일 재판부는 교각 설치 등 공사를 위해 제방 일부를 허물어야 했다면, “(허물기 이전에) 하천점용허가를 신청했어야 한다”며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에서는 공사를 발주한 행복청과 하천관리청인 금강청이 기존 제방이 허물어진 상황을 참사 이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증거도 나왔다. 행복청은 지난해 5월 24일 금강청에 협의를 요청하며 ‘홍수에 대비해 임시 제방을 축조할 필요가 있다’는 공문을 보냈고, 금강청은 6월 9일 ‘임시 제방은 충분히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축조하라’고 회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사실만으로는 금강청이 묵시적으로 제방 절개를 허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감리단장과 현장소장의 책임과는 별개로, 금강청 공무원 3명은 ‘현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연장 허가를 내준 혐의, 부실 제방 축조를 묵인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행복청 공무원 5명도 ‘공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
- 재판부
- 청주지법 형사5단독
- 혐의
-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증거위조교사, 위조증거사용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