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법원이 짚은 두 가지 안전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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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4월 22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항소심 판결이 나온다. 아리셀 참사는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폭발 화재가 발생해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23명이 사망한 중대산업재해다. 코트워치는 2024년 10월부터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형사재판을 취재해 왔다.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재판에서 나온 핵심 쟁점, 1심 판결의 의미 등을 정리했다. 


아리셀 참사 1심 판결문에는 피고인들에게 ‘역지사지’를 권하는 부분이 있다. 

“피고인들이 스스로 또는 피고인들의 가족이 화재가 발생한 작업장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었다면 어쩌면 그러한(언제 배터리가 폭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피고인들이 직접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마치 그러한 작업을 자신들이 하는 것과 같이 위험에 대비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근로자들을 위한 안전보건 관련 법령을 제정한 목적이고(…)” (수원지방법원 2025. 9. 23. 선고 2024고합833 판결 162쪽)

노동 안전에 관한 법령은 사업주 및 현장 관리자에게 ‘노동자에게 안전한 일터’를 마련할 것을 명한다. 이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죄목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사업주는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아 위험 요인을 방치했다면 사고에 관여했다고 보는 게 해당 법 취지다. 법원은 이러한 책임을 판단하기 위해 재판을 열고, 관련자 이야기를 듣는다. 

아리셀 참사 재판에는 공장 노동자 10명, 아리셀 사내이사 등 관계자 7명, 전문가 10명, 보안업체 직원 1명 등 총 28명의 증인이 왔다. 아리셀 공장 노동 환경이 안전했는지, 리튬 배터리 화재는 통상 어떤 원인으로 발생해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아리셀의 실질적인 경영자는 누구였는지, 관련 법 규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등을 증언했다. 

아리셀 참사 항소심 마지막 공판이 열린 2026년 3월 27일,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는 경영 책임자 박순관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 1300명의 탄원서와 법률 및 인권 단체, 참사 피해자 단체 의견서를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은 책임

아리셀 참사 이후 경기도에서 발간한 백서 ‘눈물까지 통역해달라(2025)’ 4장에는 사고의 근본 원인을 묻는 대목이 나온다. 

“우리는 원인을 찾을 때, ‘만약 …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결과는 현재의 모습과 달랐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면서 원인을 파악하게 된다. (…) 해당 주체가 다른 판단에 근거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해당 주체에 대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은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1

백서는 사고 원인을 찾을 때 ‘다른 선택이 가능했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위험을 낮추는 ‘다른 선택’이 가능했는데도 하지 않았고, 그것이 사고로 이어졌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리셀에서는 공장에 쌓아둔 배터리가 연쇄 폭발하면서 대형 화재로 이어졌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아리셀 관리자들이 고려할 수 있었던 ‘다른 선택지’는 무엇이 있었을까.

1심 재판부는 크게 두 가지를 짚었다. 하나는 배터리 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열감지기(열화상 카메라)2’를 설치하는 것, 다른 하나는 참사 이틀 전 발생한 배터리 폭발 사고 관련 후속 안전조치를 이행하는 것이다.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두 가지 조치

먼저 ‘열감지기 설치’는 2021년 배터리 폭발 사고 직후 박중언 피고인이 직접 지시한 대응 방안이었다.

2021년 11월, 아리셀 공장에서 배터리 전압 검사 공정 중 폭발 화재가 발생했다. 박중언 당시 아리셀 총괄본부장은 사고 대응책으로 ‘열화상카메라 및 발열 셀 임시 조치를 위한 철통 구비’ 등을 지시했다. 열화상카메라는 보관 중인 배터리의 발열 여부를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온도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폭발 전조 증상 중 하나가 발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사고 이후에도 기술연구소에만 열화상카메라 1대를 배치했을 뿐, 생산 라인에는 별도의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


열화상카메라로 배터리를 촬영했을 때의 예시 이미지. 재판 과정에서 ‘아리셀이 열화상카메라(열감지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었는지’를 두고 논쟁이 있었다. 검찰은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사고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 반면 아리셀 측은 생산 라인에서 열화상카메라를 사용하더라도 여러 배터리의 온도를 동시에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 효과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출처: Glavaš 외, 「Applied Sciences」, 2022, Fig. 6)

아리셀은 생산 라인에 열감지기를 설치하는 대신 ‘손으로 만져 보는’ 방식으로 온도 검사를 했다. 아리셀 직원들은 재판 과정에서 ‘정상 전지는 냉장고에서 꺼낸 것처럼 차갑지만, 문제가 있는 전지는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상태였다’, ‘(미지근한 전지가 나오면) 서로서로 확인해 보고 만져 봤다’, ‘핸드폰도 뜨거워질 때가 있는데 그 정도로 뜨겁다고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3

아리셀 측은 ‘정상 배터리’와 ‘불량 배터리’ 사이의 온도차가 커 손으로도 충분히 선별할 수 있다는 점, 열화상카메라는 표면 온도만 측정이 가능해 겹겹이 쌓인 여러 배터리의 열을 동시에 감지할 수는 없다는 점4을 들어 “열감지기 설치가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다르게 증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손으로 만지는 것은 정확한 측정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검증된 검사나 온도계로 하는 게 정확하지 손으로 검사하는 건 정확하지 않다. 그걸 가지고 ‘검사’를 했다고 표현한다면, 제가 제조업체를 다닌다면 (그런 곳은) 안 다닐 것이다. (2025. 3. 19. 9차공판)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 사람의 손을 가지고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판단하는 감지 방법은 덜 정량화된 방법이다. 안전하다고 말하기 좀 그렇다. (2025. 4. 23. 13차공판)

동종업체 공장장: (해당 업체의 생산 라인에는) 열화상카메라가 있어서 40도 이상 올라가면 경보기가 울리고, 화상으로 온도를 빨간색~노란색으로 표시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25. 3. 12. 8차공판)

1심 재판부는 전문가들의 일관된 증언, 리튬 배터리 관련 연구 자료 등을 바탕으로 “전지 보관 장소에 열감지기를 설치하여 미리 발열 전지를 분류했더라면 이 사건 화재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로 재판부는 참사 이틀 전인 2024년 6월 22일 발생한 배터리 폭발 사고와의 연관성도 인정했다. 

당시 아리셀은 22일 폭발한 배터리와 함께 생산된 배터리를 별도로 검사하거나 분리하지 않고 후속 공정을 진행했다. 24일 오전 해당 배터리가 담긴 트레이가 그대로 공장 3동 2층으로 운반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1심 재판부는 박중언 등이 22일 사고 발생 이후 배터리 전수 검사, 분리 보관 등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공정을 강행해 더 큰 사고로 이어진 것이라고 봤다. 

‘예견 가능성’에 대한 1심 판단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아리셀 측은 ‘원인 불명의 배터리 폭발’이었고, ‘사고를 미리 예측할 수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현장이 전소돼 재해원인조사5를 통해서도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과거 아리셀에서 발생한 4번의 폭발 사고6와 이번 사고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1심 재판부는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책임을 피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봤다. ‘구체적인 원인은 특정할 수 없지만, 배터리 제조상의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고, 피고인들은 이러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폭발한 전지가 전소되었기 때문인데, 리튬 전지 화재 사고는 리튬이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기 전까지 진화가 어려워 원인 분석이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위 판결 59쪽)

“그러나 앞선 4개의 사고가 모두 다른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하였다는 것은 차후에 앞선 사례에서 발생한 사고와 전혀 다른 원인으로도 전지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발생한 사고와 동일한 원인으로만 전지가 폭발하리라 예상하고 대비해서는 안 된다.” (위 판결 71쪽)


1심 법원은 아리셀이 ‘폭발 사고를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안전관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아’ 참사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질문은 ‘왜 대피하지 못했을까’로 이어진다. 다음 기사에서는 사고 피해가 커진 배경, 정규직·정주노동자보다 비정규직·이주노동자가 더 많이 희생된 이유를 살펴본다. 

취재:
김주형 기자 jhy@c-watch.org

카피 에디팅: 조연우

  1. 경기도 전지공장 화재 조사 및 회복 자문위원회, 「눈물까지 통역해달라」, 2025, 175쪽 ↩︎
  2. 1심에서는 ‘열감지기’와 ‘열화상카메라’가 혼용되어 다뤄졌고 1심 판결에는 ‘열감지기’로 기재됐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두 장치의 정의 및 사용 효과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3. 첫 번째와 두 번째 발언은 2025년 2월 5일 5차 공판, 세 번째 발언은 같은 해 4월 16일 12차 공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나왔다. ↩︎
  4. 2025년 12월 19일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아리셀 측은 “열감지기로는 (쌓아둔) 전체 집합 전지에 대한 발열을 확인하고 온도를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메라가 비추는 겉면만 측정이 되고 안쪽의 전지는 측정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
  5.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여섯 가지 화재 발생 원인을 분석한 ‘재해원인조사 의견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
  6. 아리셀에서는 2021년 11월 전압 검사 중 전지가 폭발한 사고, 2021년 12월 직원이 전지를 옮기던 중 트레이가 쏟아지면서 폭발한 사고, 2022년 3월, 폐전지실에 보관하던 전지에서 열이 발생해 트레이에 불이 붙은 화재 사고, 참사 이틀 전인 2024년 6월 22일 발열 현상이 확인된 전지가 폭발하는 사고 등 총 4건의 폭발 및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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