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다.
이상민 전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생경한 용어를 꺼낸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행위이고 통치행위”라고 했다. 대통령이 정당하게 권한을 행사한 것처럼 ‘윤석열 내란’(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이었다.
다음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11일 윤 의원도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문에서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행위, 통치행위”라고 말했다. 같은 날 국가인권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한석훈 위원이 “계엄 선포는 고도의 통치행위”,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말한 사실도 언론 보도로 전해졌다.
12일에는 대통령 윤석열이 직접 등판했다. 윤석열은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말했다.
<코트워치>는 이들의 발언이 타당한 주장인지 확인했다. 헌법·행정법·형법 연구자들을 취재하고 과거 판례도 확인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들의 주장은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잘못된 주장’에 불과했다.

전두환 신군부와 동일한 방어 논리
먼저 ‘12·3 비상계엄’ 이후 나온 정치인들 발언을 다시 살펴보자.
윤석열: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던 것입니다.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습니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입니다.
윤상현: 고도의 정치행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사법심사를 자제한다, 자제하는 선에서 위헌성을 심판해라, 이게 대법원 판례입니다.
이상민: 제가 아는 지식 한도 내에서는요. 이 부분은 통치행위로서 사법적 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도 적절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8년 전인 1996년 3월, 법정에서 비슷한 주장을 한 이들이 있었다. 전두환, 노태우 등 1979년 12·12 군사쿠데타, 1980년 5·18 책임자(군사반란, 내란)들이다. 이들은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가 최규하 당시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통치행위도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
‘통치행위’는 ‘공권력 작용’ 중 하나다. 고도로 정치적인 성격을 가지는 ‘공권력 작용’이다. 그래서 사법부가 그 적법성을 따지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오래전부터 문제 제기가 이어져왔다.
하지만 통치행위라고 해서 언제나 사법부 심사를 피해 갈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일관되고 공통된 입장이다. 통치행위도 사법심사가 가능하다는 판례의 입장이 이미 확고하며, 2024년에 논쟁이 될 만한 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전두환, 노태우 등 반란 세력 재판에서 나온 사법부 판단이 대표 사례다.
1997년 4월, 대법원은 1980년 5월 이뤄진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를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닌 행위’라고 했다. 통치행위로 봤다. 중요한 건 다음 대목이다.
“이 사건과 같이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 (96도3376)
대법원은 ‘국헌문란’의 목적을 먼저 인정했다. ‘국헌문란’은 헌법·법률 기능을 절차에 따르지 않고 소멸시키거나 국가기관을 강압으로 전복 또는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목적으로 이뤄진 ‘비상계엄 확대’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결론은 유죄.
전두환과 노태우는 사법 판단을 받았고,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대통령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사건에도 내란죄 기소가 이뤄진다면, 나아가 위 판례가 유지된다면, ‘국헌문란’의 목적이 사법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12·3 비상계엄’은 명백한 위헌·위법, 사법심사 가능하다
‘신군부’ 판결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그것이 누구에게도 일견(一見)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명백하게 인정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그러하지 아니한 이상 그 계엄 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선포의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이 사법부에는 없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과 같이… (후략)” (96도3376)
‘신군부’ 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를 인용한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비상계엄 선포’ 적법성을 사법부가 판단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 법리에 따라, 1970~1980년대 법원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즉 통치행위를 심사하지 않는 소극적인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오래된 법리에서도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를 ‘특별한 사정’으로 보고 사법심사 대상으로 열어두었다.
따라서 명백한 ‘위헌·위법’인 ‘12·3 비상계엄’은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시각이 많다.
김남진 전남대 5·18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87년 헌법 이전의 이론적 주장일 뿐이다. 이후 헌법학계에서는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계엄 선포의) 요건과 절차를 지키지 않는 경우는 위헌·위법한 것으로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게 통설”이라고 말했다.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도 “비상계엄 선포가 합헌적이지 않은 상황이지 않나. 위헌 또는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사법심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많이 지적됐듯, ‘12·3 비상계엄’은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못했다. 국회 활동을 금지한 ‘계엄 포고령’도 헌법에 어긋난다.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하게 이뤄졌다면, ‘통치행위’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사법부가 심사할 수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의 진전된 민주화 정도를 볼 때 이건 당연히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헌재,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된 경우는 당연히 심판 대상”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 선포, 그것도 비상계엄 선포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된 경우”라며 “헌법재판소에 확고한 판례가 있다”고 했다.
‘93헌마186’. 금융실명제 긴급재정경제명령 관련 사건이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발표한 긴급명령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이 청구됐고, 당시 법무부는 대통령의 긴급명령은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어떤 논리를 세웠을까. 대통령의 긴급명령이 ‘통치행위’에 해당하지만,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된 경우이기 때문에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통치행위를 포함해 모든 국가의 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사명으로 하는 국가기관이므로, 비록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행해지는 국가작용이라고 할지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 (93헌마186)
임지봉 교수는 “대부분의 헌법학자는 이러한 헌재 판례를 지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남철 교수도 동일한 판례를 언급했다.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된 경우 ‘통치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판례가 적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네 가지 의문
그렇다면 향후 재판을 맡을 사법부는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
현재 상황에서 상당히 중요해 보이는 실마리가 있다. 바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발언이다.
대법관이기도 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두 차례 출석했다. 지난 6일은 비상계엄 당시 대법원 간부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을 일부 밝혔다. “헌법이나 계엄법, 포고령이나 담화문에 나온 자료, 판례에 비춰봤을 때 상당한 의문을 가진 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네 가지 ‘의문’은 아래와 같다.
① (계엄법 조항 관련) 사회질서의 극도 교란으로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볼 수 있는지.
② (12·3 담화문 내용 관련) 입법 독재로 사법시스템이 마비된 상태라고 볼 수 있는지, 사법부 권능과 정상적인 작동을 정지·제한하는 비상조치를 받아들여야 할 상황인지.
③ 경찰력이 아닌 군 병력으로만 해소가 가능한 비상사태인지.
④ 국회기능까지 제한하는 것이 헌법 규정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5일 뒤인 11일엔 ‘위헌’을 직접 언급했다. “지금 이 사태가 위헌적인 군 통수권 행사, 그리고 의회의 합헌적이고 적시의 저항권 행사, 이를 뒷받침하는 시민들의 헌법수호 의지와 노력을 통해 헌정질서가 조기에 회복됐다고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비상계엄이 합헌인지 위헌인지 그 판단은 쉬운 게 아니다”라던 이상민 전 장관의 항변과 달리,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지금까지 나오는 증언과 정황, 평가를 종합하면, ‘12·3 비상계엄’은 명백한 ‘위헌·위법’인 동시에 사법 판단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기울고 있다.
“통치행위 같은 개념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살펴본 ‘통치행위’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라는) 이런 상황 자체가 80년 이후로 처음 나온 거잖나. 그리고 그때와 동일하게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이 앞으로 반복되면 안 되는 거잖나. 그런 측면에서 봐도 이제 이런 개념을 더 이상 사용하면 안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준일 교수는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 같은 개념이나 법리가 “헌정 국가에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개념과 법리”라고 짚었다.
“지금의 현대적인 헌정 국가에서는 헌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 대통령의 권한은 없는 거거든요. 그런 개념 자체를 요즘은 쓰지 않아요, 사실은. (중략) 대통령의 권한은 다 헌법으로부터 나오는 권한이고, 헌법의 테두리 안에 있고, 헌법이 정한 절차와 요건에 따라 행사되어야 되고. 만약 그런 요건과 절차의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면 헌법적 심사를 받아야 되는 거죠.”
‘통치행위’는 과거의 입헌군주제나 권위주의적 정부에서 “헌법 테두리 바깥으로 나가려고 하는 통치자가 쓰는 용어이자 법리”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게 우리로 치면 1997년 ‘신군부’ 판결에서 이미 정리가 됐다고 봐야 한다”고 정리했다.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