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첫 판결④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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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그리고 지난 5월 31일 참사와 관련된 첫 번째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참사로 이어진 미호강 범람이 ‘자연재해’가 아닌 ‘중대한 과실’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미호강교 확장 공사의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은 기존 제방을 허물고 임시 제방을 부실하게 쌓은 혐의 등으로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았다. 코트워치는 4달간 법정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토대로 ‘첫 번째 판결’의 의미와 판결에 이른 과정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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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 재판장이 판결문 읽기를 멈추고 방청객들을 향해 말했다.

“제가 가장 황당했던 게 이런 부분입니다.”

다시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2023년 6월 29일부터 축조한 임시 제방의 높이나 둑마루(제방의 가장 윗면)의 폭, 비탈면 경사, 축조 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없습니다. 임시 제방이 유실돼 버린 이상 사후적 검측으로 어떻게 쌓았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미호강에서 무너진 임시 제방의 높이는 몇 미터였을까. 재판장의 말처럼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제방을 쌓은 시공사나 이를 관리·감독한 감리단이 높이를 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방을 쌓기 전 작성한 도면이나 시공계획서도 없었다.

참사가 발생한 직후, 언론은 ‘부실한 임시 제방’을 미호강 범람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임시 제방을 충분한 높이까지 쌓았는지, 안전성은 제대로 확보했는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시공사와 감리단 관계자들은 공사를 발주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경찰에게 임시 제방과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제출할 자료가 없었다. 이들은 뒤늦게 자료를 만들기로 했다.

2023년 7월 15일, 궁평2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된 이후 소방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에 나서고 있다. (출처: 충북소방본부)

7월 15일, 무너진 제방 높이 아무도 몰랐다

2023년 7월 15일 참사가 발생한 이후, 미호강교 확장 공사를 발주한 행복청은 감리단에 ‘임시 제방의 높이’를 물었다. 하지만 감리단은 6월 말부터 급하게 쌓은 임시 제방의 규격을 재지 않은 상태였다.

공판검사: M 감리에게 전화해서 높이 물어봤죠?

K 감리: 네.

공판검사: M 감리는 측량을 안 해서 정확히 모른다고 했나요?

K 감리: 네.

(2024. 3. 8. 증인 신문)

감리단은 시공사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시공사에도 임시 제방과 관련된 자료는 없었다.

시공사 L 공무팀장은 “감리단을 통해서 ‘제방이 유실됐다, 유실된 높이가 얼마냐, 비가 얼마나 왔길래 유실된 거냐’ 계속 요청이 와서 관련 자료가 있는지 확인했었습니다”라고 지난 3월 8일 증언했다.

L 공무팀장: 15일 서울에서 오는 와중에 K 감리에게 연락을 받았고요. (시공사) 공사팀에 확인 요청했는데 정확한 측량 자료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를 다시 K 감리에게 말했고, K 감리가 ‘수정을 해서라도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계속 행복청에서 요청하고 있다…’

(2024. 3. 8. 증인 신문)

15일 오후에는 현장 사무실에 시공사 직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임시 제방과 관련된 공사팀 자료가 거의 없는 것을 확인했다.

L 공무팀장의 증언에 따르면, 전OO 현장소장은 이 자리에서 “힘든 상황이 왔는데, 협력해서 진행해야 한다. 발주처(행복청)에서 보관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이런저런 요청이나 요구를 할 것이다. 협조해서 이 사태를 잘 극복해야 한다”라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참사 다음 날인 7월 16일 이뤄진 궁평2지하차도 수색 작업. 전날부터 펌프로 물을 빼냈지만, 지하차도는 여전히 물에 잠긴 상태였다. (출처: 육군)

7월 16일, “수사기관이 벌써 우리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참사 다음 날인 7월 16일, 시공사 공무팀 직원 A는 현장 사무실에서 당직을 섰다.

A는 당직을 서는 동안 경찰 수사관들의 전화를 받았다. 저녁 7시 53분과 9시경에는 각기 다른 경찰관이 전OO 현장소장의 연락처를 물었고, 10시경에는 도면을 달라고 했다. A는 ‘직접 제출할 수는 없고 발주처(행복청)를 통해 받으라’고 답했다.

경찰과의 통화 이후 A는 감리단의 연락도 받았다. 최OO 감리단장과 K 감리는 2022년 임시 제방 도면을 2023년 버전으로 수정해달라고 지시했다.

A는 감리단의 지시를 거절했지만, 이후 전OO 현장소장의 지시는 따랐다.

공판검사: (감리단에) 안 된다고 했어요? 안 된다고 한 이유는 (증인이) 감리단 직원이 아니라서?

A 공무팀 직원: 지금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지 않고… 저희 소장님(현장소장) 지시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판검사: 그러면 소장님 지시 받아서 도면 수정을 결정했네요?

재판장: 결국 누구 지시로 했다는 거예요?

A 공무팀 직원: 소장님 지시로.

(2024. 2. 28. 증인 신문)

현장소장은 저녁 11시 12분과 47분경 A에게 “일단 자료 하나 만들어놔라”, “K 감리가 너한테 도와달라고 할 거다. 그 말대로 일단 작성만 해놔라”, “내일 아침에라도 청(행복청)에 그거 던져줘라”라고 전화로 말했다. 감리단과 경찰 수사에 대해 의논한 후였다.

증거로 제출된 통화 녹취록(아래 참고)에 따르면, 감리단과 현장소장은 16일 저녁부터 압수수색 등 수사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기 시작했다.

최OO 감리단장: (현장소장에게)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열릴 것 같으니 임시 제방이 기존 제방보다 낮은 이유에 대해서 자료를 준비하면 좋겠다.

(2023. 7. 16. 저녁 9시 53분경)

최OO 감리단장: (현장소장에게) 경찰이 공사 현장을 수사한다고 한다. 수사기관이 벌써 우리를 타깃으로 했다. 소장님 들어와서 얘기 좀 하자.

(2023. 7. 16. 저녁 10시 22분경)

전OO 현장소장: (L 공무팀장에게) 압수수색을 하면 핸드폰도 달라고 할 수 있다. 핸드폰에 저장된 통화 녹음은 어제 다 지웠다.

(2023. 7. 16. 저녁 10시 28분경)

K 감리: (현장소장에게) 당장 압수수색을 하지는 않겠지만, 뭔가 대응을 해야 한다.

(2023. 7. 16. 저녁 11시 36분경)

궁평2지하차도 수색 작업은 참사 이틀 뒤인 7월 17일까지 진행됐다. (출처: 해양경찰청)

7월 17일, 도면 → 시공계획서 → 문서 수·발신대장 위조

2022년 8월 시공사는 그해 임시 제방을 쌓은 사실을 감리단에 보고하면서 도면을 제출했다. 캐드 프로그램으로 만든 원본 파일은 A 공무팀 직원이 가지고 있었다.

2022년 보고서에 표시된 제방 높이는 30.04m(해발표고 기준)다.

하천법과 하위 규칙에 따르면, 제방의 높이는 ‘계획홍수위’(홍수를 방어하는 기준이 되는 유량인 ‘계획홍수량’이 강에 흐를 때 예상되는 수위)보다 여유를 두어 높게 정해야 한다. 미호강은 1.5m의 여유고를 두어야 하는 강이었다. 전OO 현장소장 측은 2023년 임시 제방을 29.78m까지 쌓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평균 해수면을 기준으로 한 높이로, 땅에서부터는 4m가량 된다. (도판 출처: 하천공사 표준시방서)

감리단과 시공사 관계자들은 실제로는 잰 적 없는 2023년 임시 제방의 높이를 정하기로 했다. 참사가 발생한 직후부터 높이를 얼마로 해야 할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 혼선이 있어 이들이 만든 자료에는 29.78m와 29.74m가 혼재돼 있다.

①A 공무팀 직원은 전OO 현장소장의 지시를 받은 뒤 2023년 임시 제방 도면을 PDF 파일로 만들었다. A가 공유한 도면 파일에는 29.78m 표기도 있고 29.74m 표기도 있다.

도면은 시공계획서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

시공계획서는 시공 과정에 예정된 공정이나 인원·장비 투입 계획, 순서 등을 미리 작성하는 문서다. 시공사는 2022년과 2023년 모두 시공계획서 없이 임시 제방을 쌓았다.

②B 공사팀 직원은 A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올린 도면을 다운로드해 2022년과 2023년 시공계획서를 새로 만들었다. 시공계획서는 공사팀장 결재를 받고 K 감리에게 보냈다.

다음은 문서를 받거나 보낼 때 문서번호 등을 기록하는 문서 수·발신대장이었다. ‘시공사가 임시 제방을 쌓기 전에 시공계획서를 제출했고, 감리단은 이를 승인한 것’으로 보이게 만들어야 했다.

시공사에서는 ③C 공무팀 직원이, 감리단에서는 ④K 감리가 기존 문서 항목을 새로 만든 문서 항목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문서 수·발신대장을 수정했다.

이들 네 사람(시공사 직원 A·B·C, K 감리)의 연속적인 ‘증거 조작’은 7월 17일 새벽부터 오후까지 이어졌다. K 감리는 17일 오후 4시 18분경, 37분경 국토교통부·행복청 공무원 등에게 새로 만든 시공계획서를 보냈다. 문서 수·발신대장은 현장 사무실에 비치했다. 18일에는 시공계획서의 내용 일부를 더 자세하게 고쳤다.

이들이 만들거나 수정한 문서는 전OO 현장소장과 최OO 감리단장의 형사 사건 증거가 되는 자료였다.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은 지난 5월 31일 증거 위조를 교사했다는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위조된 증거를 사용했다’는 혐의 중 문서가 단순히 현장 사무실에만 비치됐거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아닌 공무원까지만 전달된 경우는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월 28일 시공사 직원인 A, B, C(왼쪽부터)가 증인으로 법정에 왔다. 이들은 “경찰 수사에 대비하려고 문서를 만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시 제방’은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다시 2023년 임시 제방의 높이로 돌아가 보자.

앞서 설명했듯, 현재로서는 참사 이전 시공사가 쌓은 제방의 높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증언 등 여러 증거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 제방 높이가 중요한 이유는 ‘제방을 더 높게 쌓았다면 미호강 강물이 넘치지 않았을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31일 재판부가 내린 결론은 ‘29.633~29.693m’였다.

재판부는 강물이 넘치기 시작한 때의 미호강 수위를 근거로 임시 제방 높이를 추정했다.

2023년 7월 15일 임시 제방의 낮은 부분으로 강물이 넘치기 시작한 시간은 오전 7시 50분에서 8시 사이다. 7시 50분 미호강 수위는 29.633m였고, 8시에 29.693m였다.

재판부가 추정한 임시 제방의 높이는 원래 제방의 높이(32.68m)보다 약 3m 낮다. ‘계획홍수위보다 1.5m 이상 높아야 한다’는 법정 기준(30.52m)에도 약 0.8~0.9m 모자란다.

15일 미호강의 최고 수위는 오전 9시 20분경 29.87m였다. 원래 제방의 높이는 물론이고, 그보다 낮은 법정 기준만큼이라도 제방을 쌓았으면 강물이 넘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재판 과정에서는 임시 제방을 쌓기 전에 높이를 어떻게 결정했는지에 대해서도 문답이 오갔다.

감리단과 시공사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최OO 감리단장 등은 ‘임시 제방의 높이가 계획홍수위보다 1m 정도만 높으면 된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임시 제방이 ‘사라질 제방’이라서였다. 2020년 1월 중단된 미호강 정비사업이 재개되면 강의 폭을 넓히고 제방도 새로 쌓기로 되어 있었다.

감리단장은 지난 4월 3일 “임시 제방이니까, 임시 제방이다 보니까 그렇게 했습니다”, “제가 하천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까 임시 제방이라서 간과했습니다”라고 증언했다.

재판장: 신설 제방(미호강 정비사업에서 만들 제방)의 기준이 ‘계획홍수위+1.5m’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최OO 감리단장: 알았던 것 같습니다.

재판장: 알았는데 왜 (임시 제방은) 1m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최OO 감리단장: 임시 시설이다 보니까 간과했습니다.

이에 대한 재판부의 대답은 아래와 같았다.

“제방이 제내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체 구간이 완전무결해야 합니다. 기간의 측면에서 ‘임시 제방’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제방은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나, 축조 방법이나 기준이 완화된 ‘임시 제방’은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됩니다.

(2024. 5. 31. 최OO 감리단장에 대한 선고)



2024년 8월 현재 감리단(K 감리, M 감리)과 시공사 팀장들(L 공무팀장, K 공사팀장)은 업무상과실치사, 증거위조교사 등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감리단장과 현장소장도 첫 번째 재판을 받던 도중 하천법 위반 등 혐의로 추가 기소돼 함께 재판을 받게 됐다.

이들의 재판은 첫 번째 재판과 같은 재판부가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6월 시공사 측이 ‘법관 기피 신청’을 하면서 잠정 중단됐다. 시공사 측은 재판장이 증인을 신문할 권리 등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피 신청서를 냈다.

코트워치는 향후 재개될 이들의 재판뿐만 아니라, 현재 청주지방법원에서 각기 진행 중인 감리단장과 현장소장의 항소심 취재도 이어갈 예정이다.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

  • 재판부
    • 청주지법 형사5단독
  • 혐의
    •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증거위조교사, 위조증거사용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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