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개조’ 화물차에서 최초 발화, “방음터널에 소화전 있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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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9일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부상했다. 최초 화재가 발생한 화물차 운전자 등 5명이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코트워치는 이 사건 1·2심 공판기록을 입수해 살펴봤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고 당일의 상황, 피해가 확산된 총체적인 원인을 확인해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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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는 2014년부터 폐지 재활용 업체 E의 운전기사로 일했다. 5톤 집게차를 운전했다.

2022년 12월 29일. D는 폐지를 실으러 가기 위해 경기 시흥시에서 서울 방이동으로 출발했다. 제2경인고속도로를 탔다. 성남 방면 방음터널에 진입한 직후인 오후 1시 46분경, 갑자기 차량에서 펑 소리가 났다. 비상 제동이 걸려 차량이 멈췄다. 조수석 아래 불이 보였다.

차량에서 내린 D는 소화기를 꺼내 불을 꺼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1시 49분 119에 전화로 신고했다. 불은 빠르게 방음터널 벽과 천장으로 옮겨붙었다. D는 1시 52분에 갓길을 따라 터널 밖으로 대피했다.

처음 불이 붙은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차량이 전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해당 차량이 2009년식 노후 화물차였다는 점, 불법 개조돼 늘상 과적 상태로 운행했다는 점, 2020년과 2021년 화재 발생 전력이 있다는 점 등이 밝혀졌다. 노후화와 과적은 차량 화재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화재가 발생한 직후 운전자 D의 대응도 문제가 됐다. D는 차량에 있던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한 후 119에 신고했지만, 방음터널 내부에 있는 소화전과 비상벨은 사용하지 않고 대피했다.

당시 불이 방음터널을 타고 빠르게 번졌고, 1시 51분에서 52분 사이 피해 차량들이 화재 사실을 모른 채 반대편 도로로 진입했기 때문에 현장 초기 대처가 중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12월 29일 오후 1시 49분, 방음터널을 지나던 다른 차량 운전자가 불이 붙은 차량에 소화기를 분사하고 있다(빨간색 원). 운전자 D는 자신의 소화기로 진화에 실패한 뒤 119에 신고하는 중이었다. (출처: 경기도소방본부)

폐지 더 싣기 위해 불법 개조한 노후 화물차, ‘화재 위험’ 높았다

처음 불이 붙은 차량은 운전석 뒤쪽에 집게 장비와 적재함이 달린 5톤 집게차였다.

차량 적재함에는 ‘방통’이라고 부르는, 약 2톤 무게의 철제 구조물이 붙어 있었다. 폐기물을 더 많이 싣기 위한 불법 개조였다.

폐지 재활용 업체 E는 차량을 검사할 때만 방통을 뗐다가 검사가 끝나면 다시 붙였다. 2020년 3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같은 방법으로 6차례에 걸쳐 적발을 피했다.

집게차는 2009년식으로 13년 넘게 35만 킬로미터 이상 운행한 노후 차량이었고, 불법 개조한 방통 때문에 폐지를 싣지 않아도 최대 허용 무게를 초과했다. 평상시에도 과부하 상태로 운행했던 셈이다.

최초 발화 트럭은 집게 장비가 달린 5톤 집게차였다. 주황색 상자 모양의 철제 구조물이 폐지를 싣기 위해 불법으로 설치한 ‘방통’이다. (출처: 경기도소방본부)

발화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경기도소방본부는 전기적 요인과 기계적 요인을 모두 검토했지만, ‘원인 불명’으로 결론내렸다. 다만, 차량 노후화와 과적이 화재 발생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적은 차량 내부 누유나 엔진 과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해당 차량은 두 번의 화재 전력이 드러났다. 2020년에는 전기적 요인으로, 2021년에는 마찰열로 화재가 발생했다. 운전자 D의 변호인에 따르면, 2020년 화재 이후 차량의 전기장치 등을 모두 교체했다. 하지만 차량은 그대로 운행했다. D 측은 “업체 E에 차량 노후화로 인한 교체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업체 대표 F 측은 D의 주장에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고 이전에) 회사 운영 어려움과 새로운 차량을 구매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는 의견서를 냈다.

D와 F는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업체 대표 F는 승인 없이 차량을 불법으로 개조한 혐의, 운전자 D는 불법 개조한 차량을 운행한 혐의다. D는 해당 차량을 2~3년 동안 전속으로 운전했다.

지난해 10월 6일, 1심 재판부는 D와 F 모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했다. 폐기물 재활용 업체 E에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차량 노후화와 과적은 다수의 인명 피해를 야기한 원인”이라며 ‘형량이 낮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소방차 도착까지 19분 소요, 터널 내 소화전은 ‘무용지물’

첫 번째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도착한 건 2시 8분이었다. 운전자 D가 화재 발생을 신고하고 19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소방청은 화재 피해를 최소화할 ‘출동 골든타임’을 7분으로 정한다. 이날 소방 선착대가 방음터널에 도착했을 때, 소방이 목표로 하는 골든타임은 이미 10분 넘게 지난 뒤였다.

이처럼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거리나 진입로 문제로 소방 출동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아, 화재 발생 후 5~10분 이내, 현장에서의 ‘신속한 초기 대처’가 강조돼 왔다.

행정안전부 ‘사회재난 행동요령’은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즉시 차량 내 소화기 또는 인근 소화기, 소화전을 사용하여 화재를 진압”하고 화재가 커지면 대피하라고 안내한다. 소방청은 지난 4월 보도자료에서 “대피를 최우선으로 하되 진압 가능한 정도의 화재라면 터널 내 소화전을 활용해 초기 진압하는 것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22년 9월 전북 슬치터널 화재, 4월 경북 청도2터널 화재, 2021년 1월 부산 금정산터널 화재 때는 한국도로공사 직원, 견인차 기사, 화물차 운전기사 등이 터널 내 소화전을 이용해 화재를 전부 또는 일부 진압했다.

방음터널은 ‘소방시설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소방 시설을 갖춰야 하는 ‘터널’에 해당하지 않지만, 국토교통부 지침에 최소한의 방재 기준이 규정돼 있다. 국토교통부 ‘도로터널 방재·환기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을 보면, 소화전은 “화재 발생 초기에 터널 이용자 및 터널 관리자에 의해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할 수 있도록” 설치한다.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내부에도 소화전이 설치돼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화물차 앞쪽으로 25m, 뒤쪽으로 13m 떨어진 거리였다. 

2017년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개통 직전 모습(안양 방면 도로). 방음터널 내부에는 분당 190L의 물을 뿌릴 수 있는 소화전이 50m 간격으로 설치돼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성남 방면 도로에는 17개, 반대편 안양 방면 도로에는 18개가 있었다. (출처: 국토교통부)

하지만 운전자 D는 물론, 현장에 있던 고속도로 관리업체 직원 중 누구도 소화전으로 화재를 진압하려고 하지 않았다.

D는 오후 1시 47분 소화기로 진화에 실패했고, 48분 갓길로 이동, 49분 119에 신고했다. 50분부터는 검은 연기가 반대편 도로로 넘어갔고, 불길이 거세졌다. D는 52분부터 갓길을 따라 걸으면서 6분 동안 대표 F 등 폐지 재활용 업체 관계자와 통화했다.

D는 갓길로 대피하면서 소화전 6대를 지나쳤다. 소화전에는 물이 나오는 호스뿐만 아니라, 비상벨이 설치돼 있었다. 비상벨을 누르면 “터널 내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터널 내 운전자들은 신속히 터널 밖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방송된다.

하지만 아무도 비상벨을 누르지 않았고, 고속도로 관리업체 관제실에서도 비상방송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편 도로로 진입한 차량 탑승자들은 화재 발생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소화전과 비상벨을 사용하지 않은 건 터널을 지나다 우연히 화재를 목격한 관리업체 시스템관리팀 직원, 관제실 무전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도로순찰팀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피고인은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한 것으로 보인다”

D는 운전 경력 40년이 넘는 직업 운전자였다.

검찰은 화재가 발생한 직후 D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판단해 D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했다. D와 관제실 직원 3명의 ‘공동 과실’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봤다.

검찰은 직업 운전자인 D에게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의무’가 있었다는 주장의 근거로 매뉴얼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 매뉴얼의 ‘터널 내 화재 발생 시 국민 행동요령’이다. 매뉴얼에는 터널 화재 발생 시 “①갓길 정차 및 하차, 신고, 진화 시도 및 대피 ②비상벨 눌러 위급상황 알리고, 비상전화나 휴대전화로 119 신고 ③소화기함 소화기, 소화전함 호스로 불을 진압”하라는 행동사항이 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위 행동요령으로부터 운전자가 준수해야 할 직접적인 업무상 주의의무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터널 내 화재 발생 시 국민 행동요령’ 중 일부. (출처: 국토교통부, ‘도로터널 사고’ 주요상황 대응 실무매뉴얼)

2023년 10월, 1심 재판부는 D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D가 차량 소화기를 이용하고 119에 신고했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D)으로서는 화재 진압 및 화재 신고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D 측은 “방음터널 내부에 소화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운전자가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방음터널을 ‘터널’이 아닌 ‘방음벽’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터널 소화·경보 설비가 방음터널에 존재한다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재판부 역시 “대피 과정에서 소화전 설치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사용하지 않고 비상벨을 누르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볼 만한 자료는 없다”며 D의 주장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이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D는 일반 운전자가 아닌 경력이 40년이 넘는 직업 운전자다. 차량 화재를 겪은 적도 두 번이나 있지만, 고속도로에 설치된 방재시설 존재조차 “몰랐다”고 주장했다.

2018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자동차화재 대비 안전관리 강화’ 권고안을 의결했다. 해당 권고안에는 화물 운수종사자, 여객 운수종사자 등 직업 운전자가 받아야 하는 보수교육에 ‘차량화재 예방 및 대처방법’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직업 운전자는 인근 화재 차량의 구호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전문교육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이후 차량화재 대처 교육이 신설됐지만, 운전자 D처럼 화물운송종사 자격이 필요 없는 화물차를 운행하는 경우에는 교육 대상자가 아니다. 5톤 집게차는 자동차운전면허(1종보통)만 있으면 운행할 수 있다.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

  • 1심 재판부
    •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2단독
  • 2심 재판부
    • 수원지법 제8형사부
  • 혐의
    • 자동차관리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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