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 지휘부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112치안종합상황실(상황실) 실장, 박인혁 전 상황실 상황3팀 팀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올해 1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현장 무전과 신고 등을 통해 안전사고 위험을 예상할 수 있었으나, 제때 대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핼러윈 인파를 예상했음에도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고도 봤다.
이임재 전 서장은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도 기소됐다. 정현우 전 여성청소년과장을 통해 최OO 경위에게 허위로 상황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다. 이들 세 사람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용산경찰서 소속 피고인 5명에 대한 재판은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이다. 코트워치는 용산서 피고인들의 재판을 연속 보도한다.
지난 9월 1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용산경찰서 소속이던 피고인 5명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송병주 전 상황실장, 박인혁 전 상황실 상황3팀장, 정현우 전 여성청소년과장, 최OO 생활안전과 경위다.
이날 법정에는 용산서 상황실 경찰관 두 사람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상황3팀 소속 이OO 경위와 곽OO 경위다. 두 증인은 참사 당일 박인혁 전 팀장과 함께 근무한 지령 요원으로, 용산서로 내려온 112 신고를 처리했다. 이OO 경위는 오후 6시 34분 ‘이태원 참사’ 관련 첫 번째 신고를 접수한 뒤 곽OO 경위에게 주지령 업무를 넘겼다. 세 시간 뒤에 이OO 경위가 다시 주지령을 맡았다.
용산서 상황실은 서울경찰청에서 내려온 112 신고를 확인해 지령을 내리는 부서다. 현장에 지휘관이 도착할 때까지 지휘관 역할을 맡는다. 긴급한 사안은 서장 등 상부에 직접 보고한다.
9월 11일 공판에서는 참사 당일 용산서 상황실이 ‘이태원 참사’ 관련 신고를 처리한 과정을 확인하기 위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재판부는 상황실이 신고 내용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사고 위험을 정말 감지하지 못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대형사고 일보 직전’ 신고, 경찰 두 명이 수습할 수 있나?”
박인혁 전 팀장의 변호인은 증인 곽OO 경위의 문답서를 제시했다. 문답서에 따르면, 곽OO은 경찰 감찰에서 “일정 규모의 경력을 지속 배치해 인파를 관리해야 밀집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술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출동하더라도 사고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의 진술이었다.
재판장은 해당 진술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곽OO은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출동하더라도 다른 신고가 들어오면 이동해야 한다”고 답했다. “파출소, 지구대처럼 일시 근무가 아니라, 기동대 같은 경력이 고정 배치돼야 혼잡도를 낮추고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대답을 들은 재판장은 ‘대형사고’를 언급한 다섯 번째 신고에 관해 물었다. 참사 당일 오후 9시에 접수한 다섯 번째 신고는 가장 긴급한 상황을 의미하는 ‘코드0’으로 분류됐다.
재판장: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라는 직접적인 표현까지 썼는데, 현장에는 두 명이 출동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두 명이 출동해서 대형사고를 수습할 수 있나? (당시 상황을 물어보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내용을 물어보는 것이다.
곽OO: 두 명으로는 어렵다.
재판장은 ‘대형사고’ 신고에 “보고 없이 지령만 내리면 끝이냐”라고 물었다. 곽OO은 “지휘관이 현장을 파악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재판장: ‘대형사고 일보 직전’. 그리고 실제로도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 정도 경고 신호가, 신고가 여러 번 들어오면 적어도 상부에 보고해야 하지 않나. 지령만 하면 끝인가.
곽OO: 그날은 상황관리관(송병주 전 상황실장)이 현장에 있었다. 상황관리관이 현장을 파악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고하지 않은 것 같다.
재판장: 상황관리관 한 명이 이태원 일대를 다 볼 수는 없지 않나. 그러니 체제가 유기적으로 구축돼야 하는 게 아닌가.
곽OO: 무전 내용으로는 상황관리관이 인접한 곳에서 지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깔렸다’는 상황은 인지하지 않았나?”
이날 공판에서는 사고 발생 직후에 들어온 신고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주심판사는 증인 이OO 경위에게 “(오후 10시 15분 이후) ‘깔렸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면 사람들이 넘어져 깔린 상황은 인지하지 않았냐”라고 물었다. 이 경위는 참사 당일 9시 30분경부터 주지령을 맡았다.
주심판사: 사람들이 넘어져서 깔렸다는 상황은 인지할 수 있지 않았나.
이OO: 그래서 확인했다. 직접 육안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장을 확인하고 보고해 달라고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주심판사: 10시 10분 이후 깔려 있다는 신고가 여러 번 나왔다. 정확하게 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까지는 몰랐어도, 깔려 있는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지 않았나.
이OO: 아예 누워서 깔려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넘어졌다, 이렇게 생각은 했지만. 지속적으로 동일한 신고가 들어와서 다시 확인해 보라고 했다.
재판장도 용산서 상황실의 판단에 대해 재차 물었다. ‘압사’나 ‘대형사고’, ‘사람이 깔렸다’ 등 직접적인 신고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질문했다.
재판장: 신고는 들어왔지만, 통제하고 관리해서 사고가 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는 건가.
이OO: 아니다. 사고가 안 나겠다는 게 아니라 현장 경찰관들이 이상 없다고 하니까 현장에서 통제가 됐다고 생각했다. 신고 자체는 신고자 입장에서 하기 때문에 또 확인을 한다. 본인이 압박받는 상태에서 그렇게 신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재판장: ‘대형사고가 날 것 같다’는 신고도 그런가.
이OO: 그게 예단하지 않는 거다. 신고자의 말만 믿는 게 아니라, 출동한 경찰관이 파악한 걸 저희는 더 믿는다.

“오후 11시까지 정말 ‘참사’를 인지하지 못했나?”
이OO 경위는 참사 당일 오후 11시에 ‘30여 명이 CPR(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다’는 무전을 듣고, 사고 발생을 처음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본인을 포함해 용산서 상황실 전체가 그때까지 사고를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라고도 말했다.
공판검사는 용산서 상황실이 사고 발생을 뒤늦게 인지한 이유를 물었다.
공판검사: 이태원에서 지휘관이 잘 지휘하고 있다고 믿었던 건가, 아니면 증인을 포함한 용산서 상황실이 심각성을 간과한 건가.
이OO: 상황실은 현장에 지휘관이 배치될 때까지 지휘관 역할을 한다. 당시 지휘관이 배치돼서 특이사항 없이 근무가 돌아가는데, 저희가 따로 확인할 사항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박인혁 전 용산서 상황실 3팀장의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용산서) 상황실 경찰관들은 현장에 나간 경찰관이나 이태원파출소 등으로부터 보고가 없으면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으냐”라고 물었다. 이OO 경위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OO 경위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나기 직전, 검사 측은 10시 15분 이후의 경찰 신고 내역을 제시했다. 11번 신고 뒤에 들어온 신고들이 법정에 있는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웠다.
공판검사: 사고 직후 신고가 굉장히 많이 들어왔다. 11시까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서 의아하다. 12번 신고부터 다 깔렸다는 신고다. 압사 사고를 정말 인지하지 못한 게 맞나.
이OO: 그래서 나와 박인혁(당시 용산서 상황실 3팀장)도 이상하게 생각했다. 계속 대화하면서 확인했다.
공판검사: 신고가 너무 많다. 그런데 어떻게 (용산서) 상황실에서는 아무도 모르나.
공판검사는 “신고 내용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며 이날 증인신문을 마무리했다.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
- 사건번호
- 서울서부지법 2023고합25
- 재판부
- 배성중, 오민관, 최오미
- 공판검사
- 김은혜, 이상돈
- 혐의
-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