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 지휘부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112치안종합상황실(상황실) 실장, 박인혁 전 상황실 상황3팀 팀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올해 1월 기소됐다.
참사 당일 오후 11시 5분, 이임재 전 서장은 대통령실 인근 집회 시위 관리를 마치고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 핼러윈 치안 책임자이자 상황관리관이던 송병주 전 실장은 오후 7시 10분부터 이태원파출소와 그 인근에 있었다. 박인혁 전 팀장은 오후 6시 30분 용산서 상황실로 출근했다. 검찰은 이들 세 사람이 현장 무전과 신고 등을 통해 안전사고 위험을 예상할 수 있었으나, 곧바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들이 핼러윈 인파 집중을 예상하고도 안전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다고도 봤다. 경비와 정보부서가 빠진 불완전한 대책을 세웠다고 지적했다. 경비는 경찰관 부대인 기동대 배치, 정보는 현장 정보 수집 및 전달에 관련된 부서다. 검찰은 두 부서가 다중 운집 대비에 필수적인 부서라고 봤다.
이임재 전 서장은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도 기소됐다. 정현우 전 여성청소년과장을 통해 최OO 경위에게 허위로 상황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고 전파했다는 혐의다. 해당 보고서에는 서장의 이태원파출소 도착 시각이 허위로 기재됐다. 세 사람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용산경찰서 소속 피고인 5명에 대한 재판은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이다. 코트워치는 용산서 피고인들의 재판으로 ‘이태원참사 재판기록(경찰편)’ 보도를 시작한다.
지난 8월 2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용산경찰서 소속이었던 피고인 5명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송병주 전 상황실장, 박인혁 전 상황실 상황3팀장, 정현우 전 여성청소년과장, 최OO 생활안전과 경위다.
이날 공판에는 이임재 전 서장과 관련된 증인 두 사람이 출석했다. 용산서 경비과 소속 경찰관인 최OO 경사와 서OO 운전직원이다. 두 증인은 참사 당일 이임재와 함께 움직였다. 오후 9시 47분 이 전 서장과 함께 관용차를 타고 이태원파출소로 출발했다. 집회 무전을 보조했던 최OO 경사는 삼각지역 인근 대통령실 관련 집회부터 이임재를 수행했고, 서OO 운전직원은 관용차를 운전했다.
압사 아닌 “떼폭(집단폭행)인 줄 알았다”
용산서 경찰관인 최OO이 증인석에 먼저 앉았다. 증인신문은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참사 당일 이임재의 무전 지시가 나온 배경을 두고 공방이 오갔다.
주심판사: 이임재는 10시 36분경 처음 무전에 등장한다. ‘가용 경력 전부 보내라’고 지시하면서 처음 나온다. 무슨 뜻으로 이런 지시를 했다고 생각하나.
최OO: 그때까지만 해도 이임재하고는 떼폭인 줄 알았다. 집단폭행으로 생각했다.
참사 당일 오후 10시 36분, 이임재 전 서장은 관용차에서 무전으로 ‘가용 경력 전원을 이태원으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이때 이미 이임재가 압사 등 안전사고 발생을 인지한 상태였다고 본다. 반면 이임재 측은 당시 상황을 제대로 모른 채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최OO은 당시 형사과장을 부르는 무전 때문에 “이태원에 떼폭(집단폭행)이 발생한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공판검사: 형사과장을 호출하는 무전을 들었다고 했다. 그 무전을 기억하는 이유가 있나?
최OO: 무전이 잘 안 들리는 상황에서 형사과장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떼싸움 때문에 형사과장을 부른다고 생각했다. (이임재와도)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현장 무전들 → ‘형사과장 무전’ → 서장 무전
공판검사는 ‘형사과장 무전’ 이전에 나온 무전에 대해 물었다. 관용차에서 상황실장이 형사과장을 부르는 무전을 들었다면, 직전에 나온 무전도 들을 수 있는 상황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형사과장 무전’ 직전에는 이태원 사고 골목에 지원을 요청하는 현장 무전이 네 차례 반복됐다.
공판검사: 증인과 피고인 이임재가 형사과장을 호출하는 무전을 들었다는 건, 결국 무전이 (관용차 안에) 계속 송출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최OO: 그 이전에는 무전을 들은 기억이 없다.
공판검사: 들었냐고 하지 않았다. 계속 송출되고 있던 것 아니냐.
최OO: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주심판사는 ‘형사과장 무전’ 직후, 이임재가 곧바로 가용 경력을 모두 보내라고 지시한 사실을 두 번 확인했다. 두 무전의 시차가 20초밖에 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주심판사: 형사과장에게 직접 확인하거나 하지도 않고 (형사과장을 호출하는) 무전만 듣고 그 순간에 이런 지시를 하나?
최OO: 그렇다. 큰 싸움이 나는 것 같아서 모든 경력 지원한 걸로 알고 있다.
주심판사: 가용 경력을 전부 동원하라는 지시는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질문한다. 심각한 상황이어야 전부 보내는 것 아닌가.
최OO: 떼폭을 심각한 상황으로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한다.
“둘폭이야, 떼폭이야, 뭐야. 확인해 봐”
이태원 참사 당일 10시 36분 무전 지시 이후 이임재 전 서장이 차량에서 “압사 신고가 계속 들어오지만, 특이사항은 아니다”라는 상황실 답변을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최OO은 이임재가 “둘폭이야, 떼폭이야, 뭐야”라고 말한 뒤 이태원 상황을 확인해볼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둘폭’은 일반폭행을 뜻한다. 이임재 측 변호인은 “‘사람이 많이 모여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니 상황을 알아보라’고 이임재가 말했다는 건가”라고 물었다. 최OO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공판검사는 최OO이 어떤 내용을 확인했는지 물었다. 최OO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용산서 상황실에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통화 내용은 아래와 같이 기억했다.
최OO: 둘폭인가, 떼폭인가.
상황실 근무자: 그런 건 아니고,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계속 들어온다.
최OO: 특이한 상황인가.
상황실 근무자: 특이한 상황은 아니다. 신고가 계속 들어온다.
최OO은 “(상황실의 답변 내용을 전달했을 때) 이임재의 반응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판검사는 “압사라는 말과 ‘특이사항 없다’는 말이 양립 가능하냐. 이해가 안 된다”라고 했다. 이임재 측 변호인은 “‘압사 신고가 들어온다’라는 말보다 ‘특이사항은 아니다’라는 말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니겠냐”라고 했다.
“핼러윈 때마다 이런 신고 있었다”
최OO에 대한 증인신문이 마무리될 무렵, 재판장은 ‘압사 신고’라는 단어를 다시 꺼냈다. 재판장은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그 자체로 특이사항이 아니냐”고 물었다. 계속 이어지는 신문에 최OO은 “상황실의 답변을 들은 뒤로 핼러윈마다 있었던 통상적인 신고로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핼러윈 때마다 이런 신고가 있었다”고도 말했다.
재판장: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특이사항 아닌가.
최OO: 특이사항이라서 (상황실과 통화할 때) 다시 물어봤다.
재판장: 해결이 됐다는 걸로 받아들인 건가?
최OO: 그게 아니라, 6시부터 신고가 계속 떨어진다고 하니까 통상적인 신고로 생각했다.
재판장: 통상적인 신고?
최OO: 내가 알기로는 핼러윈 때마다 이런 신고가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답변한 것 같다.
주심판사는 이임재가 10시 36분 무전 지시를 내리고 “특이사항이 없다”는 상황실 답변을 들은 뒤 추가로 상황을 확인하거나 지시를 내렸는지도 물었지만 최OO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