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당일 ‘선거범죄’…‘투표용지’ 촬영은 무죄, ‘투표지’ 촬영은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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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0일, 내일은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공직선거법(선거법) 위반 등 선거범죄는 주로 선거를 앞둔 시점에 발생하지만, 선거운동이 종료된 선거 당일 ‘선거인’의 착오와 부주의, 고의 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선거인’은 선거권을 가진 사람, 즉 유권자다.

코트워치는 2022년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 당일의 ‘선거인 범죄’ 판례를 살펴봤다.

사전투표를 하고도 본투표에 나온 피고인, 투표용지를 촬영하고 투표관리관 지시에 따르지 않은 피고인, 허용된 개표 관람석을 떠나 개표소 내부에 들어간 피고인 등이 있었다. 투표소나 개표소에서의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은 선거 관리에 문제를 제기하며 “(본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법에는 사회 윤리나 통념에 따라 용인할 수 있는 행위를 ‘정당행위’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 조항이 있다. 다만, ‘정당행위’가 되려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불가피성 등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난 5일, 부산시 강서구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하는 윤석열 대통령. 5일과 6일 이틀 동안 진행한 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율은 31.28%로 집계됐다. (출처: 대통령실)

사전투표했는데 또 투표…‘고의’가 유·무죄 갈랐다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일. A는 배우자와 춘천시 투표소를 찾았다.

A는 나흘 전 이미 사전투표를 한 상태였다. 신분증을 제시한 뒤 다른 안내 없이 투표용지를 건네받자, A는 “부정선거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기자들에게도 연락을 돌렸다.

1심 재판에서 A는 “거동이 불편한 배우자를 돕기 위해 투표소에 갔을 뿐”이며 “투표용지를 다시 받게 돼 문제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A는 선거법의 ‘투표소에 대한 출입제한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받았다. 사전투표한 A는 본선거일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투표소에 들어가면 안 됐다.

1심 재판부는 A가 사전투표와 본투표 중복투표가 가능한지, 부정선거가 이루어지는지 확인하려고 의도적으로 투표소에 갔다고 판단했다.

선거 당일 행위뿐 아니라, A의 지위와 사전투표일의 행태, 배우자 건강 상태 등이 근거가 됐다. A는 ‘부정선거방지대’라는 단체의 지역위원장으로 선거 참관과 감시 활동을 해왔고, 사전투표 투표함 보관 장소를 찾아가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투표소 선거사무원들은 “A 배우자의 거동이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의 배우자는 투표 후 A의 도움 없이 홀로 귀가했다.

1심 재판부는 “(본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가 투표소에 들어가 중복투표가 가능한지 확인해야 할 정도로 불가피하고 긴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벌금 50만 원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A의 상소(항소·상고)를 기각했다.

2022년 3월 5일 제20대 대통령선거 서울역 대합실 사전투표소. 20대 대선 사전투표율은 36.93%였다. (출처: 대한민국 정부브리핑)

A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무죄 판결을 받은 경우도 있다.

2022년 3월 5일, B는 친구들과 낮술을 마시고 돌아가는 길에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그리고 나흘 뒤 본투표소에 가서 또 투표했다. A와 달리 본투표를 마쳤기 때문에 ‘사위(거짓이나 속임수) 투표’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B는 “사전투표한 사실을 잊은 채 실수로 본투표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B가 사전투표 사실을 인식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도 “착오로 본투표를 다시 했다는 주장을 쉽게 배척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B의 사전투표가 처음이었다는 점, 선거범죄 전력이 없고 정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지 않아 중복투표한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투표소 선거관리인이 투표용지 교부 실수를 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투표소 내 ‘소란한 언동’은 유죄, ‘투표용지 촬영’은 무죄

2022년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

C는 충북 음성군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여러 장 받았다.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하던 중, 투표관리관 도장이 찍히지 않은 군수 투표용지를 발견해 사진을 찍었다. C는 ‘부정선거’라고 항의했다. “건드리면 폭력을 사용하겠다”고 하는 등 투표소 내에서 한 시간 넘게 소란을 피웠다.

C는 투표소에서 소란한 언동을 한 혐의, 기표소에서 투표지를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에서 C는 본인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주장했다. “부정선거 우려가 있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촬영했고, 이를 저지당해 항의했다”는 주장이었다.

1심 재판부는 C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C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문제를 제기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 투표가 진행 중인 투표소에서 욕설을 하며 소란을 피운 행위를 정당화할 만큼 긴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을 들어 ‘정당행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1심 재판부는 C의 투표용지 촬영은 무죄로 판단했다.

선거법은 ‘투표용지’와 ‘투표지’를 구분한다. ‘투표용지’에 선거인이 기표하면 ‘투표지’가 된다. 선거법이 처벌하는 행위는 ‘투표지’ 촬영이다. 1심 재판부는 C가 촬영한 대상이 투표지가 아닌 ‘투표용지’이기 때문에 C를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2022년 6월 지방선거 사전투표소에서 본인이 기표한 ‘투표지’를 촬영해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D는 벌금 50만 원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투표지 촬영 금지를 안내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홍보물. 표 매수 행위가 벌어지거나 투표 비밀을 침해할 수 있어 선거법은 기표한 투표지 촬영을 금지한다.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자로서 사회 부조리 고발”, “기사로 작성한 바 없다”

피고인 E는 경남 지역매체 기자였다.

2022년 3월 대선 투표가 끝난 뒤 경남 거제시 개표소 취재·보도석에서 개표를 지켜봤다. 개표소는 어수선했다. 거제시의회 의원 2명이 개표참관인으로 왔고, 개표 중 관외 투표지가 나왔다. 선거법에 따르면, 현직 시의원 등 정무직 공무원은 개표를 감시하는 개표참관인이 될 수 없다.

일반관람석인 취재·보도석에 있던 기자들이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개표소 안에 들어갔다. 개표사무원이 취재·보도석으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다른 기자들과 달리 E는 따르지 않았다. 개표소 안을 계속 돌아다니며 항의했다. 개표 중단도 요구했다.

E는 ‘개표소 출입제한 규정’을 위반한 혐의, 개표에 간섭한 혐의로 기소됐다.

E는 무죄를 주장했다. ‘개표소 출입제한 규정’ 위반 혐의에 대해 “언론사 기자로서 취재 활동을 하며 취재원에게 접근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개표 간섭’ 혐의에 대해선 “정확한 취재와 보도를 위해 직접 현장을 확인해야 할 필요”, “국민 알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해야 한다는 일념” 등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선거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개표에 간섭하는 사람을 처벌한다.

1심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 전원의 유죄 의견, 어수선하던 개표소 상황과 기자 신분 등을 모두 고려해 유죄를 선고했다.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해당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해 E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개표참관인’의 존재를 먼저 짚었다. 후보자가 소속된 정당 등이 선정하는 개표참관인은 개표 중 위법을 발견하면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당시 거제시 개표소에서도 한 개표참관인이 시의원 참관, 관외 투표지 등에 이의를 제기해 선관위 위원들의 토의가 이뤄졌다. 

2심 재판부는 또 “시의원들의 퇴장 등은 다음 날인 10일부터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이 상세히 보도”되었음에도 “(E는 선거 직후부터) 현재까지도 위와 같은 내용을 기사로 작성한 바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보다 더 자세히 E의 무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아래는 2심 판결문 내용 중 일부다.

“만약 개표 과정에 이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구나 개표소에 출입하여, 개함부, 집계부 등을 돌아다니고, 선관위 위원장에게 선거 중단을 요구하며, 투표용지를 손으로 집어들 수 있게 허용한다면 이는 개표소 내의 평온하고 자유로운 질서 및 분위기를 저해하여 결국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중략)…게다가 이 사건 당시 개표참관인에 의한 이의제기 절차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긴급성 및 보충성(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의미)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최윤정 기자 yoon@c-watch.org

  • 혐의
    • 공직선거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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